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 부상한 이재명 대표의 ‘질서있는 퇴진론’은 최고위원의 과반 사퇴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헌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요건으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과반이 궐위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데, 내년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지도부 동반사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 당헌 제25조에 따르면, 당은 대표 궐위 시 2개월 내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신임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직무대행은 원내대표, 득표율이 높은 선출직 최고위원 순으로 맡는다. 다만, 당헌 제112조의3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 과반이 궐위될 시엔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비대위 체제로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인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은 ‘무리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빚어진 당내 혼란 수습 차원에서 사퇴 카드를 내놓더라도 현 최고위원이 덩달아 동반사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가 어느 시점에 대표직을 내려놓을지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일 때는 중앙위원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며, 이 경우 신임 대표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임기에 국한된다. 이 대표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이 대표가 총선을 4개월 앞둔 12월 말 사퇴한다면,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친명계 일각에서 부상한 ‘질서있는 퇴진론’을 이 대표가 수용하더라도 차기 총선은 현 친명 지도부 체제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반란표 사태 이후 리더십에 직격탄을 맞은 이 대표가 당내 혼란 수습 차원에서 ‘백의종군’의 길을 선택하더라도 외부에서 총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고 없이 ‘2선 후퇴’를 발표하는 게 사실은 사법리스크 정국 돌파를 위해 되레 실리를 취하는 ‘전략적 후퇴’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전당대회 직전 당헌 제112조의3을 신설한 것은 사법리스크 정국이 우려된 이 대표 체제에 대한 일종의 안전판”이라며 “이 대표가 겉으로는 공천권을 내려놓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사실상 친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며 재야에서 실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