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장중 2400이 무너진 코스피 지수와 132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장중 2400이 무너진 코스피 지수와 132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World Exchange Now

뉴욕증시 팬데믹이후 최대 하락
JP모건 5.4·웰스파고 6.2% ↓
경기침체 촉발 우려 투자심리 뚝

코스피 장중 31P↓ 2400 붕괴
환율 올라 1327원 전고점 경신


미국 4대 은행에서 불과 하루 새 약 520억 달러(약 69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미국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해 2020년 6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기준금리 상승 예고와 가상화폐·스타트업발(發) 금융 불안이 겹치면서 전 세계 자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양상이다.

10일 금융권 및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JP모건체이스 시총은 220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60억 달러, 웰스파고가 100억 달러, 씨티그룹이 40억 달러씩 사라졌다. 주가는 종가기준 JP모건 5.4%, BOA와 웰스파고가 6.2%, 씨티그룹이 4.1%씩 각각 떨어졌다. 미국 증시 혼란의 진원지는 기술기업 대출에 집중해 온 실리콘밸리 뱅크의 예금 급감이다. 실리콘밸리 뱅크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그룹은 2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발행해 자본조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며 해당 종목의 주가는 60% 이상 빠졌다. 하루 전 가상화폐 은행 실버게이트의 청산 소식은 이런 추세에 불을 붙였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2일 연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의 배경에는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 잇따라 출석해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은행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가 촉발될 것이라는 염려가 다시 짙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의 매도가능증권(AFS)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 국채 가격은 크게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한 상태다. 통상 은행들은 손해를 보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려 하지 않지만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우려가 제기될 때는 매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10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2400선이 붕괴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10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40포인트(-1.30%) 떨어진 2387.69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도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1.16%)를 비롯해 SK하이닉스(-1.75%), 삼성바이오로직스(-1.04%), LG화학(-0.56%) 등이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0.55%), 삼성SDI(0.96%)는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3원 오른 1325.5원에 출발해 오전 10시 14분 현재 1327원으로 올해 장중 기준 전고점인 1326원(2월 28일)을 경신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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