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긴급사용승인’의약품도 피해구제 포함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약품
부작용때 법적 구제 길 열려

‘의약품 피해구제’시행 8년
접수 1066건… 795건 보상
사망금 등 5가지로 범위 확대

소송하는 시간·비용 줄이고
공중보건 위기상황 적극 대응


“약을 먹고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나?”

질병으로 의약품을 복용했다면 한 번쯤 가졌을 의문이지만, 한국에선 소송 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 정상적인 의약품을 사용했음에도 예기치 않은 중대한 부작용 피해를 겪었을 경우 소송 절차 없이 국가가 보상할 수 있게 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지난 2014년 12월 19일부터 8년 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월(접수 기준) 항경련제 ‘라모트리진(lamotrigine)’ 사용 후 독성표피괴사융해(TEN) 부작용으로 사망한 1명과 항경련제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사용에 따른 드레스증후군(호산구 증가 및 전신증상을 동반한 약물반응)으로 인해 사망한 1명에 대해 각각 사망일시보상금(6997만 원)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총 128억 원이 지급됐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어떻게 이뤄지나 = 제도시행 이래 총 1066건이 접수됐고, 795건 지급돼 75% 상당의 지급률을 보였다. 정상적인 의약품을 사용했음에도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다. 피해자 또는 유족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피해구제급여 지급신청서와 진단서 등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의무기록 등을 검토해 피해조사 및 인과관계를 평가한 뒤 의약품 적정사용 등을 두고 전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 부작용 심의위원회를 통해 의약품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를 심의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지급여부를 통지한다. 2015년 8건이 접수된 이후 2022년 208건 접수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선 아직 제도 내용을 몰라 활용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상재원은 의약품 제조·수입자가 납부하는 부담금을 바탕으로 한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약사법 제86조(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를 근거로 하고 있다.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변호사를 찾아 법원을 가야 하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인과성이 입증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피해사실 조사 및 의료전문가 심의 등을 통해 부작용 피해를 본 환자를 대신해 의약품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를 밝혀 보상하고 있다”며 “실제 제도를 활용해 본 분들은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메스꺼움, 기침 등과 같은 가벼운 증상은 중대한 부작용 피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정상적인 의약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한 부작용만을 대상으로 보상이 이뤄지며,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은 해당되지 않는다. 보상 범위는 제도 도입 때부터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확대됐다. 2015년 당시에는 사망보상금만 지급됐으나, 2016년부터 장례비와 장애보상금이 추가됐고 2017년에는 급여 항목 진료비가, 2019년 6월부터는 비급여 진료비까지 포함됐다.

◇개인 보상 넘어 공중보건 대응 효과 =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사회적 방역망을 구축했다. 팬데믹은 개인 보건을 넘어 사회적 연대를 통해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인됐다. 국회는 지난 2월 본회의를 열어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대상에 코로나19 치료제와 같은 긴급사용승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추가해 보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개인이 당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 보상을 넘어 사회 안전망 확보 차원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취지다.

긴급사용승인은 의약품의 안전과 효과를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허가와 달리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의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긴급승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와 구제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긴급사용승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의 경우에도 일반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와 같이 진료비와 장애일시보상금, 사망일시보상금, 장례비 등을 보상키로 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신청하는 방식 또한 기존과 같으나 재원은 국가가 부담한다.

그동안 허가된 의약품과 달리 긴급사용승인 의약품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의 부작용 피해까지 포함했다. 식약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국가가 보상함으로써 의약품을 보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중 사망일시보상금 지급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망보상금의 경우는 부작용과 사망 간의 관계가 명확한 경우에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약품 부작용과 기저질환, 고령 등 사망에 이르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 ‘약물 안전카드’란

부작용 원인·성분 등 적어 재발 방지… 환자 약품사용 두려움도 완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은 경우 향후 약물 복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재발 방지를 위해 부작용이 발생한 원인의약품 등을 기재한 ‘약물 안전카드’를 받을 수 있다. 약물 부작용을 겪은 환자가 추후 약품 사용에 심적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게 하고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작용을 겪은 환자의 부작용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에 등록한다. 부작용을 겪은 환자가 추후 병원과 약국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을 경우, 별도로 고지하지 않아도 의사·약사들은 DUR 정보를 통해 부작용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반인이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 가서 부작용 확인 후 약물 안전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약물 안전카드는 크게 2종류로 ‘공통 약물 안전카드’와 ‘조영제 약물 안전카드’로 나뉜다. 공통 약물 안전카드는 진통제·항생제 등 일반적인 약물 과민반응 환자가 사용하고, 조영제 약물 안전카드는 진단을 위해 투여하는 조영제의 특성상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발급받을 수 있다.

약물 안전카드는 개별 환자의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는 의약품을 기록한 카드다. 카드 앞면에는 발급 기관명 및 연락처·발행일 등이 기재되며, 뒷면에는 의료진이 확인해야 할 의심 의약품명과 의심 이상사례명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참고사항에는 전문가 판단 하에 대체 가능 또는 교차 가능 의약품을 비롯해 원인 약물과 함께 사용을 피해야 할 의약품 등이 기재돼 활용도를 높였다.

약물 안전카드는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지만, 환자들이 다른 의약품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효과도 크다. 식약처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약물 안전카드의 사용이 활성화되어 의약품 부작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약물 안전카드 사용을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