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야구대표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남은 과제는
중국에 22-2 승… 2승 2패로 마쳐
숙적 일본의 4전 전승과 대조적
28명 총 연봉 152억3200만원
100억 이상 장기 계약자만 9명
성적에 급급한 선수 발탁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대교체
투수력 키우고 국제경험 늘려야
도쿄=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졸전으로 비난받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야구에 아픈 상처와 함께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를 계기로 한국 야구의 현실을 인정하고 근본적이면서도 과감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B조 4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22득점은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 그러나 야구대표팀은 2승 2패로 B조 3위에 그치며 2라운드(8강) 진출이 좌절됐다. 2013년 3회, 2017년 4회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다.
야구대표팀은 이변의 희생양이 된 게 아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특히 최근 많이 오른 몸값에 비해 수준은 형편없었다. 현역 빅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외한 28명의 연봉 총합은 올해 샐러리캡을 반영해도 152억3200만 원에 달한다. 평균 연봉 5억4400만 원이다. 대표팀엔 100억 원 이상의 장기 계약을 따낸 선수가 양의지(두산·4+2년 152억 원), 김광현(SSG·4년 151억 원), 나성범(KIA·4년 150억 원), 구창모(NC·6+1년 132억 원), 오지환(LG·6년 124억 원), 김현수(LG·4+2년 112억 원), 최정(SSG·6년 106억 원), 양현종(KIA·4년 103억 원), 박건우(NC·6년 100억 원) 등 9명이다. 올해 평균 연봉이 4312만 엔(약 4억2000만 원)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100억 원대 장기 계약은 몇몇 특급 선수들에만 해당하는 드문 일이다.
4전 전승으로 2라운드에 진출한 일본을 제외하고 호주와 체코, 중국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연봉이 훨씬 낮다. 체코는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주말에 야구선수로 변신한다. 소방관, 선생님, 전기공, 세일즈맨 등 실제 직업도 다양하다. 한 야구해설위원은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씩 연봉을 받는 대표팀 선수들이 ‘투잡러’로 구성된 체코도 쉽게 꺾지 못했다. 이게 한국야구의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거품 낀 현주소를 확인한 한국 야구는 큰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새로운 길을 어떻게 찾을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쿄 참사’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 투수력 강화가 핵심으로 지적된다. 이는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훈련시간 제한과 학습권 사이에서 시름 중인 고교야구 시스템 변화에 관한 현명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양적 팽창엔 성공했지만 투수 자원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지 못한 KBO리그의 책임도 막중하다. 축구처럼 전임 지도자 체제를 만든다거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대회 경험을 늘리는 것도 방안이다. 일본대표팀이 시즌 전후로 선수들을 소집해 메이저리그 올스타 등과 꾸준히 친선 경기를 치르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검증된 선수만 발탁하는 결정도 피해야 한다. 과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안치용 문화일보 해설위원은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종목이라는 자만심부터 내려놓고 쇄신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KBO 모두가 함께 반성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투수가 나오지 않는 환경 등 야구계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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