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증시 뒷걸음질
뉴욕증시 아슬아슬한 진정세 속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70% 급락
“Fed 긴축의지 꺾일것” 전망 커져
코스피도 장중 2350선까지 하락
예금자와 금융 시스템 보호를 위한 미국 연방정부의 긴급대책에도 시장의 공포 심리는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외 증시는 ‘글로벌 금융 위기 공포’로부터 벗어나 진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파산 우려가 제기되는 중소형 은행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 폭락 행진과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은 계속됐다. 다만, 초유의 은행 파산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살아난 ‘투심’이 그나마 증시 폭락을 떠받친 형국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두 번째 개장일인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24포인트(0.84%) 떨어진 2390.36에 개장하며 전날 지켰던 2400선을 내준 뒤 오전 장중 2350선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파장을 주시하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28억 원, 977억 원을 팔아치웠고 개인은 1943억 원을 나 홀로 사들였다. 코스닥은 장 초반 강보합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며 2.5% 내렸다.
간밤 뉴욕 증시는 아슬아슬한 진정세를 보였지만 ‘제2의 SVB’로 지목받는 중소은행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주 고객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70%가량 내려앉은 뒤 거래가 중단됐다. 웨스턴얼라이언스(-49%), 팩웨스트뱅코프(-45%), 자이언뱅코퍼레이션(-26%) 등 지역 은행들도 폭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대형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투자은행 찰스슈왑도 5.8%, 11.6% 급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만 0.45% 올랐는데, 통화 긴축이 완화될 거란 기대심리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대형주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럽 증시 역시 은행주가 급락한 영향으로 이탈리아(-4.0%), 스페인(-3.5%), 독일(-3.0%) 모두 크게 뒷걸음질 쳤다.
미국 국채와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의 쏠림현상도 이어졌다.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최근 3거래일간 1%포인트 넘게 떨어져 역시 1987년 10월 말 이후 사흘간 최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564%포인트 급락한 4.030%를 기록 중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 가격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기준금리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이번 SVB 파산 사태로 Fed의 긴축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서 Fed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하루 사이 40.2%에서 0%로 떨어진 반면, 동결 가능성은 0%에서 35%로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보고서를 내놓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2만4000달러를 넘겼다. 다만 이날 발표되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 금리 인상 관측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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