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미군 찾아온 ‘오뎅식당’ 시초
자작한 볶음으로 맛볼 수 있어
하얀국물 ‘백부대찌개’도 인기


의정부=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부대찌개’(사진)는 이름 그대로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 등에 김치와 고추장을 섞어 얼큰하게 끓여내는 음식이다. 6·25전쟁 직후 어려웠던 시기에 큰 솥뚜껑에 끓인 부대찌개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다.

부대찌개는 1960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당시 의정부시에 미군의 대규모 기지가 있었고 미군 물자도 풍부했다. 어묵(오뎅)을 파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허기숙 할머니는 미군 부대 장병들이 가져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를 넣고 한국식으로 조리해줬다. 초기 부대찌개는 국물이 거의 없는 볶음 형태였다. 당시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찌개에 ‘부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었고 부대찌개를 팔다가 경찰서에 불려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가게 이름은 ‘오뎅식당’으로 굳어졌다.

오뎅식당의 부대찌개는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잡다한 재료를 넣지 않고 오직 햄·소시지·김치·파·다진고기 등 기본 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면 사리·떡 사리·당면 등을 추가하면 푸짐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오뎅식당 부대찌개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옛 양주군청 주변에 부대찌개를 파는 음식점이 하나둘씩 들어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 거리에 부대찌개 전문 음식점 22곳이 있다. 이 거리에서는 부대찌개의 원형인 ‘부대볶음’을 맛볼 수 있다. 국물 없이 새콤한 바비큐 소스에 자작하게 볶아낸 음식으로 불맛이 가미돼 식사는 물론 술안주로도 좋다. 1인분 가격이 1만 원 수준으로,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기존 부대찌개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식당도 있다. 진미식당에서는 젊은층을 겨냥한 퓨전 메뉴 ‘치즈부대볶음’을 선보였다. 또 황소부대찌개에서는 부대찌개가 빨간 국물이란 틀을 깨고 하얀 국물의 ‘백부대찌개’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의정부시는 부대찌개 거리를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부대찌개 거리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체험관을 조성했다. 또 홍보영상과 쿠폰북 등을 제작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이 거리 음식점 12곳이 모여 2006년부터 축제를 열어왔다. 이 축제는 올해 ‘경기관광축제’에 처음 선정됐다. 축제 기간 이 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부대찌개를 무료로 나눠주고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요리경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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