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난에 중기 실물경기 악화
전문가 美 성장률 0~1% 전망
소비자물가도 여전히 6%대에
한국, 투자 줄고 PF 부실 우려


은행들의 연쇄 위기에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당장 긴축정책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거란 견해가 많아 앞으로 국내외 경제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기관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들이 잇따라 위기를 맞으면서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실물 경기 악화가 심해질 거라는 분석이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도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2∼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0∼1%로 제시하면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도 중소형 은행의 어려움을 대형 은행들이 구제하지 않는다면 향후 1∼2년간 성장률을 0.5∼1.0% 감소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지만 물가상승률은 높게 유지돼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상승폭은 6.0%로 8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는데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의 3배 수준에 달한다. SVB 사태 이후 기준금리 동결을 주문하는 여론이 커지고 심지어 인하를 주장하는 기관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유동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지난 몇 년 동안 풀린 유동성을 회수해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Fed가 오는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6일 오전(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베이비스텝 확률은 79.7%를 가리키고 있다.

떨어지지 않는 주요국 금리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박기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전날 “연내 금리 인하를 생각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고금리에 기업들의 투자가 줄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약한 고리에서 부실이 발생하거나 민생경제의 내수 동력을 약화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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