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의 3.15 완후이 방송 화면 캡처
CCTV의 3.15 완후이 방송 화면 캡처


당국 ‘관리감독 부족’ SNS 상에서 질타
3·15 기다리지 말고 바로 시정해야 비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매년 3월 15일 국제소비자기구(CI)가 정한 세계 소비자 권리의 날을 맞아 중국 매체 대다수는 제품 고발 기사를 내놓는다. 여기에 타깃이 된 기업과 브랜드는 △벌금 △매출 급감 △주가 폭락 △신뢰도 하락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 같은 고발 보도는 가장 파급력이 강한 CCTV가 방영하는 3·15 완후이(晩會)에서 절정을 맞는다. 그동안 타오바오(淘寶), 어러머(餓了마)와 같은 현지기업은 물론 버거킹, 맥도날드, 폭스바겐, 닛산자동차,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에 금호타이어 같은 한국 기업도 3·15완후이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고 기업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15일 열린 올해 3·15 완후이에선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공개적 고발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산 쌀에 인공적인 향기를 입혀 ‘태국 향미’라고 속여 판매한 현지 곡물 기업과 불법 미용 주사나 시술을 제공한 업체, 안전기준에 미달한 안전모와 안전벨트, 불법 통신판매 등 26개 제품에 대한 고발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만 다룬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중국 시민들의 3·15 완후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 오히려 다른 매체들이 3·15에 맞춰 보도했던 ‘붕산으로 전복·해삼 등을 세척하는 수산물 가공업체’나 ‘쥐 한 마리가 통째로 발견된 훠궈(火鍋) 식당’ 등이 대중들 사이에서 더 많이 회자됐다. 중국 내부에선 기업체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한 적발과 폭로가 있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3·15 완후이가 조금 심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태국산 향미 제조를 고발하는 3·15 완후이의 한 장면 CCTV 캡쳐
태국산 향미 제조를 고발하는 3·15 완후이의 한 장면 CCTV 캡쳐
큰 화제와 강한 비판이 많이 없었다는 3·15 완후이지만 많은 이들은 감독기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주목하고 있다. SNS 상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관리감독을 맡았던 당국에 대한 질타도 커지고 있다. 한 웨이보(微博) 유저가 적은 "결국 감독을 맡은 중국 관리들이 태만했거나 아니면 무능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발언은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웨이보의 한 논객은 "사람의 먹을 거라던가 안전 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제품들을 3월 15일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데 그동안 누군가는 그 제품을 먹거나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까지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내고 제품 제조사나 기업체에 비난이 집중됐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완후이를 통해 적발된 가장 큰 ‘불량 기업’은 공정하고 신뢰감있는 정책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중국 당국일지도 모른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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