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곧 천당’이라던 호스피스센터에 1억 원 기부
유가족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환자에 써달라"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해줬어야 했었는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서 기부금이 사용되면 좋겠습니다."
말기암 진단 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다 세상을 떠난 고 박춘복 씨의 사별 가족인 아내 강인원 씨는 호스피스센터에 생전에 모은 재산을 환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돌봄 속에 임종한 환자의 유가족이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후원회에 1억원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인과 강 씨는 자녀 없이 아내와 63년의 결혼생활을 이어 가던 중, 지난해 5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폐암을 진단 받았다.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치료하던 중 말기 진단을 받았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다.
아내 강 씨는 "처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하자 했을 때, 여기는 죽어서 나가는 병동인데 왜 가냐며 안 가겠다 했는데, 병동 생활하면서 ‘여기가 곧 천당’이라며 좋아하셨어요. 할아버지(남편)가 원래 낙천적이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병원에 오면 호스피스병동 분들이랑 시간을 잘 보내셨고, 특히 봉사자분들이 할아버지가 입원 하자마자, 물 떠와서 목욕 시켜 주시고, 면도에 이발도 시켜주시고,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도 따뜻하게 해 주셔서, 우리 할아버지가 마지막 까지도 인기 있는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인이 사망한 지 보름여 뒤인 3월 17일 아내 강씨가 병원을 다시 찾아 기부를 확정지었다. 고인은 평생 아껴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려워 고민이었는데,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만나고 나서, 호스피스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박명희 팀장은 "호스피스병동에 자주 입원 하시면서 병동 간호사나 봉사자들이 더 특별히 할아버지(고인)를 생각하셨고, 특히 퇴원 하시고 가정 호스피스 돌봄 동안 의료진에 고마움이 커 고인이 생전에 의식이 있을 때 후원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며 "사후에 후원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고인의 강한 의지로, 살아계실 때 후원서에 서약을 직접하셨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국내 종합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생명의 마지막 여정’을 맞은 말기 환자와 가족이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인 돌봄을 전문적으로 함께해왔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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