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문제의식은 ‘얼마나 일할 것인가’가 아니고 ‘어떻게 일한 것인가’였어요. 현행 제도에서도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주당 12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곳은 없습니다.”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설계한 정부 자문기구인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사진)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연구회가 제안한 권고의 핵심은 총 근로시간의 증감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현재 ‘주 12시간’으로 한 가지인 연장근로시간 상한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다양화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노동계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는 것이냐”는비판을 쏟아냈다.
권 교수는 “개편안의 초점은 일하는 방식을 시장 변화와 요구에 맞춰 다변화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장근로 단위 기간 다양화를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개편안이 근로시간을 늘린다는 비판에 대해선 현행 제도에서도 주 최대 12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지금도 시간으로 따지면 주당 64시간(탄력근로 1∼6개월), 69시간(선택근로 3개월)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지금도 사용자가 유연근로제를 오·남용한다면 특정주 129시간(주 6일 기준)도 가능하다”며 “그렇다면 현재 노동시간은 129시간 체제란 얘기”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근로자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특정 연장근로 단위 기간 설정을 강요하거나 오·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유연근로제(선택·탄력근로제)는 연장근로 시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만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개편안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와 근로자 개별 동의까지 요건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회 권고안에 ‘69시간 체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권 교수는 “소위 ‘52시간 체제’가 매주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면 연구회 권고에는 69시간 체제는 없다”며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월 단위로 하는 경우 1주만 69시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조건으로 하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 변경은 유연근로제 등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해 설계된 최적의 균형점”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지킬 것인가, 아닐 것인가 하는 ‘준법’ ‘위법’ 이슈와 제도의 개선 방향을 혼동하면 둘 다 못할 수도 있다”며 “근로시간 상한선을 정하더라도 기존 유연근로제인 선택·탄력근로제 등과 보완하도록 근로시간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