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 가해 부모 416명
살인죄 외에 가중처벌 못해
국회서 법안 발의해도 낮잠


지난 18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40대 가장이 아내와 자녀 3명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가장이 직계비속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아동학대이자 명백한 살인 행위”라고 지적하며,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을 위한 처벌 규정 강화 등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20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2층 주택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40대 A 씨가 주식 실패 등 경제적 이유로 아내와 자녀 3명을 한 번에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며 직계비속 살해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21년 자녀 등 가족을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해자는 416명에 이른다. 채무 관계 등 부모의 개인적 사유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경기 의정부시에선 도박 빚에 시달린 40대 부부가 6세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같은 해 6월에도 전남 완도에서 조유나(10) 양과 부모가 바닷속에 빠진 승용차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조 양의 아버지는 투자 실패로 인해 빚 독촉에 시달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빈발하는 자녀 살해에 대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족 살해 뒤 가해자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처벌 실효성이 떨어지더라도, ‘살인 행위’라는 명확한 인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형법상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에 대해선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직계비속 살인의 경우 살인죄 외에 별도 처벌 규정이 없다. 국회에선 직계비속 살인을 가중 처벌하는 법안이 2020년 이후 4건 이상 발의돼 있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자녀 살인 자체가 목숨을 빼앗는 극단적 아동학대이기 때문에 아동학대살해죄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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