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천원의 아침밥의 원가 4000원 중 정부가 1000원, 대학이 2000원을 부담하기 때문에 학생은 1000원만 내면 식사를 할 수 있다.  문호남 기자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천원의 아침밥의 원가 4000원 중 정부가 1000원, 대학이 2000원을 부담하기 때문에 학생은 1000원만 내면 식사를 할 수 있다. 문호남 기자


■ 서울대·고려대 학생식당 르포

“외부식당 최소 5000원 넘는데”
고물가에 너도나도 학식 찾아
배식 시작전부터 긴 줄 이어져
농식품부‘아침밥 사업’큰 호응


“밥값이 비싸 아침을 먹고 싶어도 거른 적이 많은데 ‘천원의 아침밥’ 덕분에 요즘은 일부러라도 아침을 챙겨 먹고 있어요.”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식당은 운영 20분 전인 7시 40분부터 학생들로 가득 찼다. 오전 8시에 배식이 시작되자 80명이 넘게 줄을 섰고 30분 뒤에는 200여 명의 학생이 식사를 하는 등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른 아침 학생들이 식당을 찾은 이유는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다. 고려대는 지난 20일부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식사를 위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을 했다는 고려대 재학생 전모(23) 씨는 “주변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려면 최소 5000원 이상이 드는데 학교 내부에서 저렴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으니 서둘러 왔다”고 했다. 유학생인 독일인 리나 파이트(여·25) 씨는 “독일은 학식이 저렴해 2000원 정도 하는데 그것보다도 저렴해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대에서도 영업 시작 15분 전부터 아침 식사를 위해 학생들이 긴 줄을 섰다. 23학번 새내기 서모(여·19) 씨는 “1000원 학식 덕분에 아침 먹는 습관을 들였다.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들으면 집중도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22일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의 ‘천원의 아침밥’으로 나온 쌀밥, 참치채소죽, 깍두기, 양배추들깨볶음 등 메뉴 모습.  문호남 기자
22일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의 ‘천원의 아침밥’으로 나온 쌀밥, 참치채소죽, 깍두기, 양배추들깨볶음 등 메뉴 모습. 문호남 기자


학생들이 1000원으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대학생의 아침 식사를 습관화해 쌀 소비문화를 확산시키고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농식품부와 대학이 함께 시행하고 있다.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 2000원은 학교가 부담하는 구조다. 현재 전국 41개 대학에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하고 있다.

대학 측도 ‘천원의 아침밥’의 흥행에 놀라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지난 20일엔 295명, 21일엔 325명이 아침을 먹는 등 학생들 사이 입소문을 타며 아침 식사를 하는 인원이 많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복지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대 식당은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 저녁까지 재학생들에게 1000원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사업 도입 이전부터 학교 자체에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업 시행 이후 학교 측의 아침 식사 지원금에 여유분이 생기면서 점심과 저녁에도 학생들에게 1000원 학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조율·유민우·박정민 기자
조율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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