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관, 수사·소추권 없어 청구인 자격 없어
입법 시 ‘위장탈당’ 등 절차 하자 있으나 헌법 및 국회법 위반 없어
헌법재판소가 23일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으로 검사의 수사권과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을 각하했다.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에 근거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과 법무부로서는 수사권 논란이 일 때마다 사용했던 주요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을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앞서 한 장관과 검사들은 지난해 6월 27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줄이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헌법 및 법률에 의해 부여된 검사의 수사·소추권 및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했다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이날 법무부 장관에 대해 "해당 법안은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에 대해서도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한이 아니라 법률상 권한이므로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그동안 검찰은 검찰의 수사권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헌법 12조 3항에 영장 청구권이 검사에게만 부여된 점을 기초로 해 수사권도 부여된 것이라 주장해 왔다. 그러나 헌재가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에 근거가 없다고 결정하면서 향후 수사권을 요구하는 검찰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한편, 헌재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5대 4 의견으로 권한침해를 인정했다. 헌재는 "법사위 위원장이 조정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위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가결되도록 했다"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청구인(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침해된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회복시키려는 노력 대신 오히려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표결에 부쳐 가결 선포한 행위가 관련 국회법 규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에 넣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데, 무소속으로 신분이 바뀐 민 의원이 야당 몫 위원이 되면서 안건조정위 실질적 구성을 여야 3대3에서 4대2로 바꾼 것이다. 그 뒤 안건 논의도 없이 두 법안은 각각 8분, 17분 만에 관련 법안을 처리하며 큰 비판이 일었는데, 헌재 또한 민주당의 위장 탈당과 법안 강행처리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다만,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는 4대 5 의견으로 기각했다.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역시 4대 5로 모두 기각했다.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고,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며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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