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춤하던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면서 수요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집값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 획기적인 규제 완화(1·3부동산 대책)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부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13개월 이상(3월 전망치) 지속하는 데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성장률 하락 전망도 우려 수준에 있지요. 실제 무역수지는 올해(1∼3월 20일) 누적 적자 241억300만 달러(약 31조5000억 원)를 기록 중입니다. 고금리도 이어지면서 2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의 총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5.75% 수준이었지요. 2월 물가상승률도 4.8%에 달했고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내외 기관들은 한국경제 성장률을 여전히 낮추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원(1.8%)과 한국은행(1.6%)에 이어 지난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지요. R의 공포가 현실화하면 불가피하게 실업자가 급증하는 ‘J(Jobless)의 공포’도 함께 온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여기에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토지 임대부 분양주택(땅은 시행자, 주택 및 관련 시설은 분양자가 갖는 주택)’ 공급이지요. 지난달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 사전예약에서 평균 33 대 1의 경쟁률로 ‘흥행’하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올해와 내년 강서구 마곡지구 등에 최대 9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지요. 토지 임대부 분양주택은 이명박 정부 때의 ‘반값 아파트’가 집값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향후 시장 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을 우려하는 수요자들은 이런 ‘매크로 경제(Macro Economics·경제 전반의 지표 관계를 보는 거시 개념)를 주목해야 합니다. 매크로 지표 악화는 집값 하락과 직결되기 때문이지요.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에서 이기는 투자를 위해서는 ‘기다림(인내)’에 익숙해야 합니다. 경기 침체의 깊은 그림자가 다가오는 시기에 섣부른 내 집 마련이나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낭패(狼狽)를 보는 지름길입니다. 지금은 집값이 오를 이유보다 내릴 이유가 더 많다는 것을 유념할 시기이지요. 올해는 ‘뇌동(雷同·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인내’입니다. 성투(成投)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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