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실태조사부 선임
애초 중국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 우리나라 작품임이 밝혀진 예가 종종 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의 가응도(架鷹圖·사진)도 그중 하나다. 횃대 위에 앉은 매가 그려진 가응도는 보스턴 출신 의사였던 윌리엄 비글로(William Sturgis Bigelow·1850∼1926)가 19세기 말에 일본에서 체류하던 중 구입해 1911년 보스턴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다. 가응도를 수집한 비글로뿐만 아니라, 작품을 기증받은 미술관도 당시에는 가응도를 중국 작품으로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응도는 오랫동안 중국 작품으로 여겨졌다. 1997년 보스턴미술관의 특별전까지만 해도 가응도는 중국 원(元)대 화가 서택(徐澤)의 전칭작(傳稱作)으로 출품됐다.
그러나 이 작품을 한국 미술 연구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 그림이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증손으로 공필(工筆)의 영모화(翎毛畵)를 잘 그렸던 이암(李巖·1507∼1566)의 작품임을 밝혀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2003년 보스턴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가응도를 포함시켜 우리나라 작품임을 확인했고, 2009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특별전에 가응도를 우리나라 작품으로 출품했다.
그럼에도 같은 해 출판된 한 중국 미술 단행본에는 가응도가 여전히 중국 그림으로 실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가응도의 기원국이 우리나라임을 확인하는 연구가 이어졌고, 오늘날 보스턴미술관은 가응도를 이암의 전칭작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때 중국 작품으로 분류됐던 이 걸작을 우리나라 작품임을 놓치지 않고 찾아낸 연구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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