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을 만나면 ‘사법리스크’에도 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지를 묻곤 한다. 이에 대해 친명계 A 의원은 “이 대표는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검사가 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소년공’으로 삶을 보낸 경기 성남시로 돌아와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며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을 뚫고 대통령 후보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지 않냐”고 강조했다. 친명계 B 의원은 “이 대표가 시·도지사 때 추진한 공공산후조리원, 무상 교복·생리대 정책은 이 대표가 소년공 시절, 동네 형·누나들이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이를 현실정치에 실현한 것”이라며 “이 대표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지금은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대표의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표와 관련한 ‘무용담’은 친명계를 끈끈하게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로 통했다. 그러나 친명계의 설명에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가 모두 ‘과거의 일’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무엇을 하고 있고, 향후 무엇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날의 이 대표에 관해 물으면 “그가 있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만 내세웠다. 친명계도 내심 민주당에 드리운 ‘사법리스크’라는 먹구름의 무게를 실감하는 듯했다.
요즘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질서 있는 퇴진론은 이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당 대표로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올해 말쯤 2선으로 물러나고, 대신 총선에선 당의 ‘얼굴마담’으로서 전국 유세를 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나 당이 떠안은 변수(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시 ‘과실’을 취하면서 차기 대권 가도에 연착륙하는 구상안이다. 이와 관련, 비명계는 연말 퇴진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면서 이 대표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현재 당 상황을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에 빗대 “연말에는 거의 침몰 직전일 수 있다”며 “어딘가 구멍이 나서 물이 새어들고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 빨리 구멍을 메우고 어디에 빙산이 있는지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소환-체포동의안-기소-재판 등 ‘도돌이표 사법리스크’에 친명계가 구상한 질서 있는 퇴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 대표가 시·도지사 때처럼 국회에 입성 후 기본사회, 불법 사채 무효화 등과 같은 약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사법리스크의 그림자에 가려 동력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제1당 대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법리스크가 더 크게 주목받는다는 점이다. 친명계가 이 대표를 지지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과거의 ‘정책 추진력’은 시효를 다했다. 한때 인기를 끈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조폭 출신의 내부 고발자(이병헌 분)의 말을 대중이 신뢰하지 않자, 발언에 신뢰를 주는 검사 출신(조승우 분) 내부 고발자를 대신 내세워 정의를 실현하는 내용이 나온다. 민주당도 과업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타’가 시급해 보인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다가올 일은 쫓아갈 수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