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언 미술평론가
이 땅에 사는 한, 내 마음의 정월은 3월이다. 춘삼월이 되어서야 활기를 띠는 것은 교복 입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자주 읊조리다 홀연히 고향 진해로 낙향한 작곡가 친구에게서 벚꽃 소식이 당도했다. 그러지 않아도 배낭을 꾸려 놓고 기회만 엿보고 있던 터다. 황홀한 비경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봄을 주체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내 마음을 그에게 들킨 것 같다. 화가 안다은의 여행 테마 그림들은 내 심층을 답사한 소묘(素描)가 아닐까.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한 풍경, 평범하지만 영감으로 가득한 장면들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낯선 곳에서의 상황마다 의미 있는 것으로 담아내는 감각이 돋보인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명작들을 직접 눈으로 만나는 향유는 잔잔한 흥분을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는 그러한 여행자들의 행복한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관람 후 한적한 미술관 카페에서 쉬고 있는 인물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세상 편한 자세로 누리는 일광욕, 관람, 독서, 음악…. 워라밸이란 게 뭐 특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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