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와 5남매, 12평에서 생활
4인 최저 주거기준에도 못미쳐
작은방이라 연기 순식간에 퍼져
안산=김규태·박성훈 기자
“아이들이 수용소같이 좁은 방에서 사고를 당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죠.”(인근 슈퍼마켓 점주 A 씨)
지난 27일 오전 3시 30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머니와 5명의 아이들은 6.6∼9.9㎡(2∼3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거실에 있던 아버지는 어머니, 2살 막내와 함께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네 남매는 한방에서 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찾은 화재가 난 빌라 옆 건물 1층에는 까맣게 탄 창틀이 떨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깨진 유리 파편들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남매가 가지고 놀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난감 트럭과 분홍 양말, 2살 막내가 쓰던 아기 포대도 불에 그을려 있었다. 한 60대 주민은 “잠결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화염이 거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 속 아이들을 안타까워했다. 주거기본법 제17조상 4인 가족의 최저 주거 기준은 전용면적 43㎡(13평)이지만 이들 7명의 가족에겐 법적 최저 기준도 힘든 조건이었다. 15년 전 한국에 온 아버지(50대)는 고물상 일을 했지만 월세를 내는 데도 버거웠다고 한다. 이웃 주민인 우즈베키스탄 여성 B 씨는 “한 달 월세가 55만 원가량인데 아버지는 일이 바빠 자주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건물 등기부등본을 보면, 3층짜리 다세대주택(11가구 거주)에서 이들 가족의 거처는 42㎡(12.7평)에 불과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 겸 거실이 나오고 방 2개가 딸린,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불이 퍼질 수 있는 구조였다. 경찰은 화재가 현관문 입구 TV와 냉장고를 연결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선을 타고 순식간에 불이 번진 것과 달리, 작은 방 구조여서 화재 연기도 순식간에 퍼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들 부모는 15년 전 무역 비자로 입국한 등록 외국인 신분이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국내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2005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일부 외국인에게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내국인과 결혼을 했거나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현재는 화재 등 피해로 인한 긴급복지지원이 가능하지만 부모가 모두 병원 치료 중이어서 직접 신청을 하기 어려워 지원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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