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만부 이상 팔리고 미국 등 13개국에 수출된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 그는 스스로 ‘작업실 절대주의자’라고 말한다.  박윤슬 기자
국내 100만부 이상 팔리고 미국 등 13개국에 수출된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 그는 스스로 ‘작업실 절대주의자’라고 말한다. 박윤슬 기자


■ ‘김호연의 작업실’ 펴낸 김호연 작가

‘독서 - 산책 - 쓰기 - 루틴’ 강조
제주 중산간 길·동인천 빌라 등
‘사적인’ 장소들 세세하게 소개

“누구나 일필휘지는 쉽지 않아
아무 문장이든 적고 고치면 돼
습작에 패배란 없어 늘 배울 뿐”


“헤밍웨이도 시작할 때엔 무척 곤란해 했어요. ‘진실한 문장 하나만 쓰고 나면 괜찮을 거야’라고 늘 되새겼다고 해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글쓰기도 시작이 어렵다. 밀리언셀러 작가라면 좀 다를까. 누적판매량이 100만 부를 넘긴 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의 김호연 작가도 “22년간 써왔지만 모니터 앞에서 아직도 백치가 되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그 막막함을 좀 다룰 줄 안다. “첫 문장 쓰기가 어려운 건 기막히게 써야 한다는 걱정 때문이죠. 아무거나 쓰세요.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요. 명작 속 멋진 첫 문장도 첫날 일필휘지로 쓰인 건 거의 없을 겁니다.”

‘김호연의 작업실’(서랍의날씨)을 출간한 김 작가를 지난 20일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책은 소설 편집자에서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전업 소설가가 되기까지 그가 ‘쓰고 또 쓰며’ 깨달은 모든 것이 담겼다. 그런데 ‘작법서’라니. 이유는 간단하고 강력하다. 지난해 100군데 이상 강연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쓰냐’였다. 김 작가는 “넘치는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해 아쉬웠고 한두 마디로 정리할 수 없어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영감과 뮤즈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 나서는 것”이라는 그는 책에서 자신의 작업 일지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핵심은 독서, 산책, 작업실, 루틴이라는 4가지. 독서는 기초체력.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의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한 김 작가는 “영화, 드라마를 굉장히 많이 봤다. 하지만 작가에겐 결국 ‘텍스트’ 읽기가 핵심이었다”고 말한다. “운동선수의 기본 근육, 인간의 기본요건 같은 것이죠. 글쓰기의 기초 체력은 독서로 키워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하고 중요하죠.”

자신을 온전히 ‘진공 상태’로 고립시킬 작업실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산책도 소설 쓰기의 절대적인 ‘친구’다. 스스로 ‘작업실 절대주의자’라는 그는 직장인처럼 하루 8~9시간을 작업실에 머물며 글쓰기에 최적화된 상태로 몸과 마음을 매만진다. 작업실이 글쓰기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웜홀’이라면 산책은 목적이 분명한 ‘창작 루트’다. 그의 말대로 “‘발’로 글을 쓰는 시간”이다. 걷는 동안 머릿속에서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만나고 캐릭터가 들끓는다. 구상도 하고 작품의 난맥을 짚어내는 순간도 온다. 책에는 동인천 낡은 빌라, 문학관, 공공 작업실 등 그가 소설 다섯 권을 쓰며 거쳐온 ‘작업실’들 그리고 제주 중산간 길과 대전 갑천 산책로 등 작품의 클라이맥스와 반전 아이디어를 떠올린 산책 장소들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흥미로운 ‘사적인’ 장면이 많아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그는 특히 루틴을 강조한다. 독서, 산책, 작업실은 그에게 글쓰기를 고양시키는 도구인 동시에 작업 루틴을 이루는 필수 요소들이다. 김 작가는 “필립 로스는 새벽에 썼고, 하루키는 달리기를 한 후에 쓴다”며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루틴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낱낱이’ 공개한다. 작품을 쓰며 듣는 음악 리스트, 책상 앞에 붙여놓은 부적도 보여준다. 글이 잘 안 써질 때 옥상에 올라가 하교하는 초등학생의 수를 하염없이 센다는 고백에선 ‘피식’ 웃음이 난다. 공모에 탈락하고 책을 내지 못했던 시간 등 거쳐온 순간들을 어루만지며 그는 “장사 하루 이틀 할 것 아니니” 지치지 말라고, 소설 쓰기도 우리 인생도 “패배는 없다”고, “이기거나 배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글쓰기를 넘어 어떤 ‘일’에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닿는다. 마치 자기계발서 같다.

김 작가는 “독자와 작가 지망생들의 열정에 부응해 썼지만 누구라도 자신에게 ‘좋은 것’을 찾아가면 만족한다”고 했다. “작가들이 늘 이롭지는 않아요. 어떤 이는 자기 욕망에 집착해 세상에 폐가 되고 독이 되는 걸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세상에 이로운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을 단단히 합니다. 사회 구성원이자 작가로서 그게 제 소명입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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