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모르는 사람’이라던 李
최근 ‘안다는 건 상대적’ 바꿔
그런 식이면 아내도 모르는 셈
자신의 否認은 주관적인 평가
‘김만배와 친분 없다’ 尹 말은
‘김만배 몰랐다고 했다’ 왜곡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이던 2021년 12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사람을 안다는 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나왔다. 다급한 심정에 한 ‘김문기 부인(否認)’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자 ‘사람을 안다는 것’의 철학적·문학적 개념 논쟁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사법적 사실(팩트) 싸움에서 승산이 없자 주관적·상대적 영역으로 이전하려는 것으로, 거짓말로 드러날 상황에 부닥치자 말장난으로 벗어나 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표 변호인은 지난 3일 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서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고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안다는 기준은 상대적이고 평가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씨를 몰랐다는 것인데, 이는 구체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한 번만 봤어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안다는 말은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설득력이 없지 않지만,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다’고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재명식으로 하면 평생 같이 산 아내도, 자식도 ‘도대체 속을 알 수 없기에’ 모르는 사람일 수 있고 심지어 ‘내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몽테뉴는 평생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고투했지 않았나.
이재명은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가) 하위 직원이라 몰랐다”고 말했는데,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은 11일 만의 두 번째 핵심 인사의 극단 선택으로, 대선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화급한 상황에서 위험 요소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재명은 ‘친하지 않다’는 주관적 평가를 한 게 아니라 ‘그런 사람 자체를 모른다’고 딱 잘라낸 것이다.
궁색한 변명으로 법정 대응 전략을 바꾼 건,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열흘 출장 중에 유동규·김문기와 이재명 3인이 함께 4∼5시간 동안 골프를 쳤고, 특히 김문기가 운전한 2인용 카트에 이재명이 탔다는 유동규의 진술로 ‘김문기 원천 부인’ 전술을 계속 구사하기 민망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객관에서 주관으로 ‘승천’하려는 시도는 좌절됐다. 이재명이 호주 식당에서 김문기와 마주 앉아 식사하는 사진이 지난 주말 공개된 것이다. 3인 골프의 흥미진진한 뒷얘기(골프를 더 치기 위해 홀을 역주행하다 항의받자 ‘스마미셍’ 등 엉터리 일본말로 사과해 일행이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는 주장 등)까지 공개된 뒤에도 이재명 측이 “사진을 보면 김문기와 눈도 안 마주쳤다”는 기상천외한 주장으로 ‘김문기를 몰랐다’는 진술을 뒷받침하려 했는데, 식당 사진에 이재명은 김문기 맞은편에 앉아 말을 거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유동규가 빌린 요트로, ‘이 시장과 의전비서·김문기’ 셋이 바다낚시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3일 오전 재판에 침묵을 지켰던 이재명은 오후 속개된 재판에 들어가던 중 기자들에게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대해서는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서는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대선 당시 윤 후보의 발언을 교묘히 왜곡한 것이다. 실제 윤 후보는 2021년 9월 28일 ‘김만배를 알고 있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분이 서울지검, 대검도 출입했을 것이니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서로 연락하거나 만나는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모른다고 하지 않고 친분이 없다는 주관적 평가를 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게 아닌 것이 된 것인데, 이재명은 ‘윤석열도 거짓말했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자신의 객관적인 말은 주관적인 평가로, 윤 대통령의 주관적 평가는 객관적인 사실로 뒤바꾼 것으로, ‘이재명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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