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중 막내딸은 간신히 대피
화재로 다친 부모는 아직 병원에
안산시 관계자들 빈소 자리 지켜
지난 27일 빌라주택을 덮친 화마로 세상을 떠난 나이지리아 국적 네 남매의 빈소가 경기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치료 중인 부모는 빈소를 지키지 못한 채 미소 띤 아이들의 영정 사진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빈소가 마련된 지 이틀째인 29일 숨진 네 남매의 부모인 A 씨 부부는 병원에서 화재로 입은 부상을 치료 받고 있어 안산시 관계자들이 대신 빈소를 지켰다. 앞서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인 ‘국경 없는 마을’ 대표 박천응 목사는 피해지원대책위원회를 결성, 치료 중인 부모의 동의를 얻어 전날 오후 이곳에 네 남매를 위한 빈소를 마련했다.
A 씨 부부의 어려운 형편을 들은 장례식장 측은 빈소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안산시도 긴급지원금으로 장례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이정용 안산소방서장 등도 빈소를 찾아 아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했다.
네 남매의 마지막 길이 될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부상을 치료 중인 A 씨 부부가 시에 일정을 연기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해 오는 31일 오전 11시에 이뤄지게 됐다. 장지는 함백산 추모공원이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3시 30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머니 B 씨와 5명의 아이들은 6.6∼9.9㎡(2∼3평) 정도의 좁은 방에서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했다. 거실에 있던 아버지 A 씨는 아내, 2살 막내딸과 함께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 등 네 남매는 숨진 채 발견됐다. 한 60대 주민은 "잠결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화염이 거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 가족의 집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 겸 거실이 나오고 방 2개가 딸린,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불이 퍼질 수 있는 구조였다. 경찰은 화재가 현관문 입구 TV와 냉장고를 연결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A 씨 부부는 15년 전 무역 비자로 입국한 등록 외국인 신분이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국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일부 외국인에게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내국인과 결혼을 했거나 한국 국적을 가진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현재는 화재 등 피해로 인한 긴급복지지원이 가능하지만 A 씨 부부가 아직 부상을 치료 중인 관계로 직접 신청을 하기 어려워 지원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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