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식 종합 채널 ‘엠뚜루마뚜루’ 캡처
MBC 공식 종합 채널 ‘엠뚜루마뚜루’ 캡처


‘반수면’서 깨는 장면 적나라
“나도 방송처럼 헛소리하려나”
검진 앞둔 시청자들 걱정도

의료계 “희화화 하지 말아야”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여·40) 씨는 건강검진을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수면 내시경을 받은 환자가 반수면 상태에서 온갖 얘기를 하는 내용을 담은 예능 콘텐츠를 시청했다. 내시경 검사를 위해 마취제를 맞은 후 반수면 상태에서 ‘내면의 소리’가 나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본 것이다. 김 씨는 ‘무슨 이런 소재로 방송을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콘텐츠 자체는 재미있어 끝까지 방송을 시청했다. 그는 “나도 다음 주에 저런 행동을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며 “직장 동료와 함께 내시경 검사를 받는데, 평소 회사에 대한 악감정을 나도 모르게 말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수면 내시경 후 깨어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은 예능 콘텐츠가 나오자, “건강검진까지 희화화하며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예능 콘텐츠를 본 후 내시경을 두려워하는 환자, 자신의 헛소리가 궁금하다며 녹화를 요구하는 환자 등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4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 예능에서 출연진이 수면 내시경 검사 후 헛소리를 하는 에피소드가 동 시간 시청률 1위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이 병실에 누워 “여기 와인바냐” “음식은 답이 없다” 등 상관없는 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보고 “돼지”라고 하는 등 헛소리를 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방영됐다.

이를 두고 트위터 등에는 “예능이 진지하게 임해야 할 건강검진을 희화화하고, 사람들의 병원 방문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예능이 방영된 후 내시경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은 검진을 받기 두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내 머릿속에 있는 말을 의사나 간호사가 듣는다고 생각하면 두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검진 현장에서는 자신의 헛소리가 궁금하다며 의료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29) 씨는 “수면 내시경이 예능에 등장하기 시작한 후 자신의 헛소리를 영상으로 찍어달라는 손님도 있고, 마취가 풀린 후 본인이 무슨 얘기를 했냐며 캐묻는 환자들도 있어 검진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마취에 취해 헛소리를 하는 등의 역설반응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더라도 의료진이 명확히 알아듣지 못하는 정도라 예능에 비치는 모습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검진자가 의식 없이 하는 말을 미디어가 과장하고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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