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는 즉위한 직후부터 수도 이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성계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개성)에서 개국했지만, 새 왕조는 새 도읍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다. 무학대사가 당시 남경으로 불리던 한양을 권해 천도(遷都)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후보지가 많았고 반전도 거듭했다. 태조는 재위 3년(1394) 한양으로 천도했지만, 정종은 1차 왕자의 난이 벌어졌던 한양을 싫어해 재위 2년(1399) 개경으로 다시 옮겼고, 3대 태종은 재위 6년(1405) 한양으로 다시 이전했다. 한양 천도가 완료되기까지 13년이나 걸린 것이다.
당초 태조는 재위 1년(1392) 한양 천도를 명령했지만, 개경을 선호한 대신들의 반대에 막혔다. 지금의 세종시 인근 계룡산 일대가 후보지로 거론됐던 것도 이때쯤이다. 태조는 이듬해 2월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략가로 풍수지리에도 밝았던 하륜이 계룡산은 너무 남쪽이고 곧 쇠퇴할 땅이라면서 대신 무악(지금의 서대문구 안산) 남쪽을 추천하며 제동을 걸어, 태조는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세종시 입지가 평가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세종시 건설은 올해로 18년이 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행정수도 아닌 행정도시로 대체된 게 결정적이었다. 오는 2027년까지 국회 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등 아직도 보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공무원들이 서울과 너무 떨어져 글로벌 트렌드에 뒤진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이전하면서 이런 세종시를 벤치마킹해 관심을 끈다. 인니는 현 수도인 자와 섬의 자카르타에서 1200여 ㎞ 떨어진 보르네오 섬에 새 수도(누산타라)를 건설하고 있다. 오는 2045년까지 40조 원 상당을 투자하는 초대형 역사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연임 마지막 해인 2024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인니는 2019년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교류해 왔고, 지난해 7월엔 한국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외국의 세종시 벤치마킹은 의외라는 시선도 있지만, 세계가 한국의 신도시 건설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신도시에도 참여한다. 말 많던 신도시가 좋은 기회를 만든다. 그야말로 새옹지마(塞翁之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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