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초음속 경전투기 FA-50. 앞으로 단좌기(1인승) F-50을 개발해 미국 시장 등에 도전한다. KAI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초음속 경전투기 FA-50. 앞으로 단좌기(1인승) F-50을 개발해 미국 시장 등에 도전한다. KAI 제공


■ KAI ‘T-50 계열 항공기’ 전세계서 러브콜

FA-50, 각국서 141대 계약
동종 기종중 수출 규모 최대

미국, 3개 사업서 500대 도입
향후 40년치의 먹거리 나와

KAI-록히드마틴 공동 개발
T-50 항공기 진출 가능성 커

“추가시장 합쳐 1300대 규모
세계 방산점유율 5%대 성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1년부터 생산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계열 항공기는 우리 공군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00대 이상 운용되면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경전투기 FA-50과 단좌기(1인승) F-50 등 파생상품을 개발해
세계 최대 경전투기(고등훈련·전술입문기) 시장인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현재 T-50을 기반으로 한 FA-50은 우리 공군을 비롯해 폴란드(48대), 인도네시아(22대), 말레이시아(18대), 필리핀(12대), 태국(14대), 이라크(24대) 등 전 세계 수출 계약 대수만 총 141대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되고 있다. 한국 공군의 안정적 운용 성과와 최근 폴란드와 말레이시아 수주 성공으로 인지도는 급상승하고 있다.

수출 대수는 동종기종 중 최대 규모로 경전투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다. 성능은 물론 높은 가동률을 기반으로 한 신뢰성과 안정성, 운영 측면의 경제성까지 더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 FA-50 세계 시장 진출은 확대일로다. KAI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공군 관련해 18대 추가 수주가 예정돼 있다. 이집트는 최소 40대에서 100대의 대규모 물량 수출이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 FA-50 앞에서 K-방산 도약을 격려하고 있다.  KAI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 FA-50 앞에서 K-방산 도약을 격려하고 있다. KAI 제공


KAI가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 FA-50 성공의 최대 승부처로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준비 중인 시장은 미국이다. 앞으로 2~3년 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해군의 전술대체항공기(TSA), 신규훈련기(UJTS) 사업 및 미 공군 고등훈련기(ATT) 사업을 합쳐 모두 500여 대 규모 도입이 예상된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 공군 차기고등훈련기(APT) 사업에 선정된 보잉의 T-7 개발 지연은 운용성이 검증된 FA-50에게 이들 3개 사업에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8년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APT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FA-50이 아직도 유력 기종으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구영 KAI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가진 ‘2023년 CEO 주관 언론 간담회’를 통해 “내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 올인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공군의 APT, 해군의 TSA·UJTS 등 3개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데 향후 40년 이상 기간 KAI 먹거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는 이들 3개 사업을 통한 퀀텀 점프로 2050년 연 매출 40조 원을 달성해 세계 7위권 항공우주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FA-50 생산라인.  KAI 제공
FA-50 생산라인. KAI 제공


미국 사업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 해군의 고등훈련기 사업은 현재 운용 중인 T-45 기종의 노후화로 훈련 여건이 악화하면서 후속기 조기도입이 요구돼 이르면 2025년에서 늦어도 2027년 사이에 기종선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T-50 계열 항공기는 KAI가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공동개발한 기종으로 미국 전투기 유전자(DNA)를 갖고 있는 점도 미국 진출의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사업 특성상 미국산 우선구매로 인해 미국업체가 주계약자 자격을 갖게 된다. KAI는 록히드마틴사와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 마케팅을 해왔고 그만큼 협력체계가 탄탄한 편이다.

미국의 운용실적이 갖는 시장 파급력은 엄청나다. 과거 T-38 훈련기를 기반으로 만든 F-5 전투기가 미 공군의 운용을 기반으로 해외 동맹국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무려 2600여 대가 생산된 초베스트셀러 전투기가 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T-50이 미국에 진출하면 해외 고등훈련기 및 경전투기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약 500대의 추가 시장과 KAI가 개발 중인 FA-50 단좌형인 F-50 시장 300대를 포함하면 전체 1300대 규모의 대형 전투기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KAI 측이 미국 사업 성사 시 정치·외교·군사적 의미도 크지만 산업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미 해·공군 사업 500대의 획득비와 운용유지비용을 합치면 총 50조 원 규모다. KAI 관계자는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생산과 부가가치를 고려한 산업 파급효과는 약 100조 원으로 평가된다”며 “더구나 추가 시장을 합쳐 1300대까지 확대하면 최대 34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산업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 사업 진출은 K-방산, 나아가 우리 항공우주산업이 대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내다봤다.

T-50의 미국 진출은 윤석열 정부의 ‘세계 방산수출 점유율 5% 달성’과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이라는 방위산업 육성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신상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정부도 미국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증명하는 한편, 국방전력 체계를 공유함으로써 안보와 산업협력을 동시에 강조할 수 있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사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와 맞물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K-방산의 획기적 프레임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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