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판사, 트랜스젠더 난민 불인정 등 보수적 판결 다수
법조계 관계자 "젠더 논란 피하기 위해 외려 보수적"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 국적의 트랜스젠더 A 씨는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다. 말레이시아의 국교인 이슬람교에서는 남성이 여성처럼 꾸미거나 행동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성소수자 차별이 일상화돼 신체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여성 판사는 박해를 받을 우려가 적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남성 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2심은 "트랜스젠더라는 성 정체성이 외부로 드러날 경우 불이익을 받기 쉽다"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 법원이 트랜스젠더를 난민으로 처음으로 인정한 진보적 판결이었다.

법조계에선 여성 판사가 진보적 판단을 내릴 경우, 남성 판사에 비해 더 많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사회적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비교적 보수적 판결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젠더’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동성 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낸 B 씨의 1심을 맡은 여성 재판장은 지난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동성 부부와 사실혼 관계자가 법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결혼한 여동생의 자녀 양육을 돕겠다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방문 동거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요청한 베트남인 C 씨의 소송을 기각한 것도 여성 판사였다. C 씨가 남성이란 이유에서다. 한 판사 출신 원로 법조인은 "진보적 판결을 내릴 경우 외부의 비판이 심한 데다, 법원 내에서도 그런 판사를‘튄다’고 보기 때문에 여성 판사들이 안정적인 결론을 택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여성이란 이유로 세간의 시선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아직도 법원 내부의 공고한 남성 중심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관의 판결은 법과 판사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판결에 대한 젠더 논란은 남녀 편 가르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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