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산업부 부장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둘러싼 윤석열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는 잘못된 정책도 한번 대못처럼 박히면 다시 뽑아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근로시간제 개편의 전반전은 감독의 전략·전술 부재와 공격수의 헛발질, 미드필더의 중원 장악 실패, 수비수의 우왕좌왕에 0 대 3 정도 리드를 빼앗기고 끝난 것이다. 현행 주 52시간근로제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근로시간의 선택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선진국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생산력 극대화를 위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주 52시간이라는 철제 박스에 가둬버렸다. 이에 탄력성을 부여하자는 것이 개편안의 취지이지만 윤 정부는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할 때부터 스텝은 꼬이기 시작했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참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치밀한 셈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 여론의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기업과 경영인, 관리·감독하는 정부 당국에 대한 커다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직장인 41.5%가 한 해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직장인들은 동료의 업무 부담(21.6%)에 이어 상급자의 눈치(18.8%) 때문에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금도 직장 내에서 눈치 주기와 공짜 야근이 반복되고 있는데 강제적인 장치 없이 근로시간 유연화가 가능하겠냐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들은 묻는 것이다. MZ노조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도 휴식권을 강제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실 정부 안이 관철되더라도 대기업 사무직 직원은 큰 영향이 없을지 모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근로시간제 개편 이후 60시간 이상 근무시키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25.5%였는데 인력난이 심각한 제조업(90.7%)과 중소기업(76.7%)이 압도적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전반전의 실책을 인정하고 여론을 들어보겠다고 한 점이다. 후반전에 전세를 만회하겠다면 일단 눈높이를 낮추고 MZ노조를 근로시간제 개편의 중심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MZ노조는 국민의힘과 치맥 회동을 했다. 실리를 위해선 누구와도 대화하고 손잡을 수 있다는 MZ세대다운 자신감과 포용력이었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명분 없는 파업을 벌였을 때도 이를 멈춰 세운 건 바로 MZ세대 노조원이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구태와 불법행위를 반복하는 양대 노조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가 MZ노조가 원하는 강제적 장치와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근로시간 개편에도 흔쾌히 동의해줄 미래 주도세력으로 보인다. 윤 정부와 MZ노조의 연대가 잘 성사된다면 노동개혁의 지름길을 함께 열어갈 수도 있다. 후반전에서 추가 실점을 하고 완패하느냐, 대역전극을 펼치느냐는 윤 정부의 열린 태도에 달린 셈이다.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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