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승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장

2022년 9월 ‘묘지(墓誌)’ 2점의 기증식이 열렸다. 일본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업가의 기증으로 조선 시대 묘지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묘지 환수를 위한 기증자의 노력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묘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으로 ‘묘지’라 함은 무덤이 있는 땅(墓地)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국내로 돌아온 ‘묘지(墓誌)’는 고인의 생애와 성품, 가족관계 등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은 돌이나 도판(陶板)을 말한다. 묘지는 개인이나 가문을 넘어 시대사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자청화김경온묘지’(사진)는 자판 위에 청화 안료로 묘지문을 작성하였고, 다섯 장 구성이 완전하게 남아 있다. 김경온(金景溫)의 자녀들은 아버지 생애뿐만 아니라,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태어나면서부터 특이한 자질이 있고 천품이 영리하였다’ ‘진사시에 1등으로 합격했다’ ‘고향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등의 내용을 기록했으며, ‘아버지가 유학하고 과거에 응시하는 비용을 마련하였으며, 자녀의 혼수도 모두 손수 바느질하여 겨울철에 손등이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담겨 있다. 또한, 숙부가 사옹원(司饔院) 관원으로 있을 때 부탁해 분원(分院)의 가마에서 도판을 구웠다는 사실도 묘지 말미의 추기로 알 수 있다.

‘후대의 어진 군자가 부디 이 묘지를 보고 징험(徵驗)하기를 바란다’는 문장을 통해 아버지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를 후대에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약 3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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