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까지 형사처벌 ‘과잉’논란 전문가 “실효성 없는 규제 양산 예방중심 안전정책으로 바꿔야”
경영계와 전문가들은 기업 ‘오너’까지 형사처벌하는 ‘엄벌 만능주의’가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 과잉 처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예방과 지원 중심으로 산업안전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3일 경영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50인 이상 기업 1019곳(응답 기준)을 대상으로 ‘2023년 기업규제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규제 1위가 중대재해법이었다. 중대재해법의 ‘기업 부담지수’는 3.45점(5점 만점)으로 주 52시간제 등 근로시간(3.38점), 최저임금(3.37점) 등보다 높았다. 지난해 말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5인 이상 기업 1035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기업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 기업(1004개)의 61.7%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중대재해법에 대해 재계 등에서는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점과 불합리성을 제기해 왔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중대재해법령과 정책의 문제점으로 △실효성 없는 안전규제 양산 △부실한 재해원인 조사 △기술지침 제·개정 노력 소홀 △불명확하고 모호한 도급인 의무와 책임 △위험성 평가의 형식적 운영 조장 △중소기업 재해예방사업정책의 실효성 부족 △행정인력의 전문성 부족 △지속가능성 없는 법령 등 8가지를 꼽은 바 있다.
중대재해법의 재해 예방 효과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2021년 248명(234건)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어쩔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처벌해야지, 환경 자체가 위험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표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런 식이면 앞으로 위험한 업종은 누가 사업을 하려 하겠느냐”며 “안전관리 법·제도를 예방 중심으로 고치고, 사고 발생 시 민사상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는 쪽으로 바꿔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문제점 3가지는 법이 모호하고, 처벌 중심이며,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개선할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현장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예방적 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사용자만 처벌하는데, 사고 원인 제공자는 사용자든 노동자든 모두 규제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중대재해법에 결함이 많다며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