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색출 위한 장치 우려
“예비 수감번호” 비판 쏟아져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홍콩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이후 집회·시위를 다시 허용했지만 참가자들에게 독특한 ‘드레스코드’를 부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감 예비번호’ ‘개목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보안 당국은 지난 1∼2일 13건의 집회 및 가두행진 허가를 내주면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식별할 수 있는 통일된 의상, 마스크 미착용, 참가자 일련번호가 붙어 있는 비표 패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집회·시위 허가를 내줬지만 참가자들에 대한 통제와 필요시 신속한 색출을 위한 조건을 단 셈이다. 크리스 탕 보안장관은 “2019년 이후 우리 사회는 평온해 보이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거나 공공안전을 위협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며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들이 (시민들의) 공공활동을 볼모로 잡는 일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말 동안 부활절 기념 거리행진 등에 참가한 인사들은 똑같은 티셔츠를 입거나 비표를 패용했다. 다만 몇몇 사람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가했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당국의 비표 패용 방침에 홍콩인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홍콩의 유명 시사만화가 ‘쭌쯔’(尊子)는 경찰 당국이 52억 홍콩달러(약 8693억 원)를 동원해 감시 관련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만평을 통해 신랄하게 풍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탕 장관은 “관련 시스템은 정부의 구조 및 치안 시스템 강화를 위한 비용이지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옥으로 보내기 위한 비용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비판을 감수할 용의가 있지만 거짓된 정보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규탄할 책임이 있다”며 관련 정책을 강화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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