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냉전과 경기 침체, 4차 산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사적 전환기를 맞아 경제·안보에 관한 한 초당적 대응이 절실한데, 한국 정치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플러스)가 일요일이던 지난 2일 미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하루 116만 배럴의 깜짝 감산을 발표한 것은, 우물 안 개구리 행태가 얼마나 국익을 저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경제의 당면한 최대 위협 요인이 에너지 적자인데, 이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당장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흘간 10% 넘게 폭등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악몽도 다시 고개를 든다.

최근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보류시킨 데 따른 국가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수출은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3월 무역적자만 46억 달러로, 1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1분기 대중 무역적자는 79억 달러로, 역대 최악이다. 중국이 중간재 내재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면서 반도체 등 한국산 부품 수출이 줄고, 중국산 리튬과 희토류 등 원자재 수입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수출 집중도가 너무 높다”며 중국과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우려했다.

올 1∼2월 세수도 54.2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조 원 감소했다. 기업 실적 부진과 자산시장 침체로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4년 만에 대규모 세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라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정치권은 퍼주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양곡관리법, 건강보험 적자, 기초연금 인상, 가덕도 신공항 등 끝이 없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곤두박질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 신세다. 올해는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 경제 체질 개선에 매진할 호기인 이유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매우 비관적이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국내 정쟁에 몰두한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가적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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