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맙습니다 - 조남관 변호사
나에게 정년퇴직은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과거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경찰청 파견 조사관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예순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내게 찾아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예부터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자식을 잃었을 때의 슬픔이 단장에 비유되는 이유일 게다. 참척의 고통과 아픔, 슬픔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할아버지는 내게 “너무도 억울해서 아들을 가슴에도 묻지 못했다”며 끝내 오열했다. 나는 베테랑 법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인 조사활동으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그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렸다.
모든 죽음은 흔적을 남긴다. 그 아들의 사체검안서와 부검감정서의 기록이 사건해결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해줬다. 그 아들은 살아생전 집으로 보내달라고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저항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죽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나는 그가 살아생전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사랑하는 부모, 형제자매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고향 집으로 그의 유골을 돌려 보내드릴 수 있었다. 그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나는 의문사조사위에서 평일과 토·일요일, 공휴일 구분 없는 적극적인 조사활동을 펼쳐 많은 의문사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원혼을 달래주고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드렸다. 의문사진상규명위 하면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얼굴이 있다. 그분은 바로 당시 조사1과장이던 조남관 변호사다.
조 변호사는 업무추진력과 책임감이 매우 강했다. 또 진중하고 항상 솔선수범하며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검사였다. 특히 상황판단과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공명정대하고 공사 구분이 확실했다. 이처럼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도 부드러운 성격으로 소탈하고, 따뜻하고 겸손한 성품을 겸비해 정이 많고 인간적이어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강직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지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리더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훌륭한 조사과장이었다. 무엇보다 소속기관이나 출신이 다른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사무실 분위기를 주도했다. 내게도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잘 대해주셨다. 지금껏 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4기를 수료하고 199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 검찰총장 직무대행,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지난해 변호사로 새 출발을 했다.
무엇보다 조 변호사는 평소 “국민의 눈에 비친 검찰은 무섭고 힘이 세다. 또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오만하며 폐쇄적”이라며 “늘 검찰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언제까지나 편안할 수 있다”는 말에 무척 감동을 받았다. 정말 멋지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의 앞날에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문영호 ㈜천신CSK 이사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