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이다. 기자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한 장성급 전역 인사가 갑자기 “국내에서 통일을 가장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당시 청년층의 통일 반대 답변이 많다던 여론조사들이 나오던 때여서 이런 질문을 하나 하는 생각에 “통일되면 경제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 아닐까요”라고 답했더니 그는 “나는 지금 국내에서 ‘민족’을 외치는 사람들이 가장 통일을 반대할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민족’을 내세우는 사람들 상당수가 북한에서 돈을 받았을 거야. 이 사람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돈 받았다는 자료가 다 공개될 텐데 좋아하겠나”고 설명했다. 당시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너무 음모론적인 시각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서 그 판단이 사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 ‘민족’이라는 단어는 우파가 점유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좌파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 노동단체들은 민족을 내세워 북한과 대화하고 공존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한때 이들은 냉전적·대결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줬으나 지금 이들의 행태는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민족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는 관심 따위를 두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를 미뤘고,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지금도 미적대지만, 이를 비판하는 좌파 정치·노동·시민단체를 찾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7년 만에 내놓은 북한 인권보고서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 상황이 드러났음에도 북한에 쓴소리조차 하지 않는다. 이들은 북한 주민뿐 아니라 한국 국민 생존에도 위협 요인이다. 남측 전역을 겨냥해 핵 위협을 하고, 이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을 전쟁놀음이라는 적반하장 주장을 펴는 북한을 옹호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을 자극한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거나,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한다. 한국 국민은 북한 핵 위협에 무릎 꿇게 하고, 북한 주민은 4대 세습을 꿈꾸는 김씨 일가의 폭압 정치에 희생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독일 통일이 이뤄졌을 때 동독 슈타지(국가보위부)가 기밀문서를 대거 파쇄했음에도 많은 자료가 남았다. 이른바 슈타지 문서라 불린 이 자료들에는 서독에서 활동하던 간첩 3만 명의 명단과 활동 상황이 담겨 있어 독일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서독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등 방첩 당국의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등 국내 여러 조직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에서 이들이 북한 공작원을 해외에서 만나 자금을 받고, 지령에 따라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전단 살포 반대 여론전 등을 펼쳐 왔다. 민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민족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들의 민낯이 이렇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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