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2%
두 달째 둔화…석유류 14% 하락
전기·가스 28.4% 올라 최고치
근원물가도 4.8%로 상승 흐름
OPEC+ 감산에 국제유가 급등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자극 우려
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가라앉지 않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기습 감산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기 시작하는 등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에는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동향’(2023년 3월)을 보면, 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를 기록했다. 이는 2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뒤 점차 둔화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1.1%)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 LPG(-8.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9.1% 올라 여전히 상승률이 높았지만, 전월(10.4%)보다는 오름세가 둔화했다. 이런 영향으로 공업제품 물가는 2월 5.1%에서 3월 2.9%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개인서비스는 5.8% 올라 전월(5.7%)보다 상승 폭을 높였다. 외식이 7.4%로 전월(7.5%)보다 둔화했지만, 외식 외 개인서비스가 4.6%로 전월(4.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농·축·수산물은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경제계에서는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8% 올라 전월(4.8%)과 상승률이 같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는 것은 물가의 기조적인 상승 흐름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며 “다만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 가격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 등을 변수로 꼽았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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