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의 여·수신 금리 인상이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보다도 더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대비 여·수신 금리 상승 폭은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많게는 2배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국의 개입 등으로 여·수신 금리가 하락했지만 이미 시중은행 금리가 크게 올라 금융 취약층의 부담이 심화한 셈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오는 2024년까지 은행의 지배구조 개선에 역점을 두고 감독·감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4일 금융감독원은 은행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은행 여신금리 상승폭(대출베타)과 수신금리 상승폭(예금베타)은 미국의 주요은행 평균과 과거 금리상승기에 비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대 은행의 지난해 평균 대출베타는 69.5%로, 미국 주요은행 평균인 42.6%보다 26.9%포인트 높았다. 그만큼 기준금리 상승폭 대비 변동이 심했다는 의미다. 예금베타도 국내 5대 은행 평균은 53.1%로 미국 주요은행이 기록한 27.8%보다 25.3%포인트 높았다.
과거 기준금리 상승기에 비해도 지난해 국내은행은 기준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국내은행 전체의 대출베타(신규취급액 기준)는 101.5%, 예금베타(신규취급액 기준)는 118.2%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2022년 자금시장 공급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 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해 베타가 100%를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과거 세 차례 기준금리 상승기(2005~2008년, 2010∼2011년, 2017~2018년)에는 같은 기준에서 대출베타는 54.5%, 예금베타는 75.8%를 각각 기록했다. 금감원은 기준금리 대비 여·수신 금리가 높았던 만큼 은행권이 상생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설명회를 통해 그간 금융지주·은행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됐던 지배구조 문제도 정조준했다. 그동안 은행의 재무상태와 자산 건전성에 중점을 뒀던 감독·검사를 ‘은행 지배구조’ 중심으로 개편해 내년까지 중점 감독·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은행에 대한 상시검사 시 이사회의 구성·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검사에서도 이사회의 전문성, 독립성, 경영승계절차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중단했던 금감원과 은행 이사회 간 소통도 정례화해 고위급 간담회는 상·하반기에 나눠 진행하고 상시면담도 추진한다.
은행 경영실태 평가에도 지배구조 관련 평가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최근 중요성이 확대된 은행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경영실태 평가 시 은행 지배구조 관련 평가항목을 4개에서 6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 사외이사 선임 절차, 경영승계 절차 등에 관해서도 세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