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나 수산물 수입 금지에 “한 놈만 패자”는 식으로 죽자 살자 한국에 매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검역체계가 엄격하고 환경 기준도 까다롭다. “한국만 잡으면 중국·러시아·대만은 쉽게 넘을 수 있다”는 게 일본의 계산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돈 때문이다. 지하에 묻으면 2431억 엔이 드는 반면, 해양 방류는 34억 엔에 불과하다. 양국은 단어부터 다르다. 한국은 오염수라 부르고, 일본은 ‘처리수’라 고집한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위험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췄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고 정부를 다그칠 필요는 없다. 국제법·환경 단체들이 남태평양 한 국가를 설득해 곧 제소할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도 일본 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혹 일본에 면죄부를 줄지 모른다.

우리가 칼자루를 쥔 것은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다. 2019년 젊은 사무관들이 똘똘 뭉쳐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역전승했기 때문이다. 1심은 “일본 수산물이 위험하지 않다”고 했으나, 최종심인 2심에선 “구제역 발생 시 해당 지역 가축을 살처분하고 유통을 금지하듯, 원전 사고가 난 위험 지역의 수산물 수입 금지는 무역 차별이 아니다”는 한국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영원히 수입을 금지시킬 수 있다.

대통령실이 한·일정상회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늦게나마 오염수 방류에 문재인 정부의 3대 원칙(과학적 근거, 투명한 정보 공유, 국제 검증에 한국 전문가 참여)을 재확인하고, “후쿠시마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분리 대응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다만, “독도는 우리 땅”이라 선언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다. 뜬금없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은 미국 땅”이라 외치는 거나 다름없다. 국수주의 세력이 툭하면 “독도에 경찰 대신 국군을 보내자”고 우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 우익의 노림수에 걸려든다. 오히려 독도는 경찰만으로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평화로운 우리 땅으로 공식화하는 게 훨씬 세련된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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