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그릇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발전시켜 온 문명의 산물이다. 나무로 만든 젓가락, 흙을 구워 만든 접시, 구리에 아연을 섞어 만든 밥그릇, 철에 크롬 등의 광물을 섞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숟가락이 그렇다. 인간이 사용한 도구의 재료를 기준으로 시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각 시대의 산물이 밥상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철기시대를 잇는 다른 명칭이 없으니 우리는 여전히 철기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겠지만,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도 있다. 바로 20세기 초반에 발명돼 급속도로 사용영역을 넓혀 오고 있는 플라스틱 때문이다. 떡볶이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옥색의 멜라민 그릇, 군대나 학교 식당의 플라스틱 식판, 생수를 비롯한 각종 음료수를 담은 페트병을 보면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석기시대나 철기시대 등은 한자어인데 그 뒤를 잇는 시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하는 것은 뭔가 운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나무(木), 돌(石), 쇠(鐵) 등은 한자가 있으나 플라스틱은 극히 최근의 문물이어서 한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뜻하는 중국어 ‘塑料(suliao)’나 ‘塑胶(sujiao)’가 참고할 만하다. ‘塑(소)’는 흙을 빚는다는 뜻인데 ‘플라스틱(plastic)’ 또한 재료를 빚어 형상을 만든다는 뜻이니 서로 딱 들어맞는다.

우리는 인류세(人類世) 소기시대(塑器時代)에 살고 있다. 학문적으로 정립된 명칭은 아니지만 인간이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특히 인간의 발명품 플라스틱 공해가 심각해지면서 그 시대를 체감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플라스틱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니 소기시대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밥상 위의 그릇이 아니라 미세한 가루가 돼 음식에 섞여 있는 시대라면 소기시대는 결코 반갑지 않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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