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미 하원의장 양국 단교 후 첫 회동
‘대만 진입 차단’ 서태평양 길목에 中산둥함
美국무부 "과잉 대응 구실 삼을 이유가 없다"
대만 총통이 미국과의 단교 후 처음으로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과 회동하는 등 양국 밀착이 강화되자 중국은 대만 인근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압박을 비판하며 외교적 대화를 촉구했다.
6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항공모함 산둥함이 전날 대만을 지나 서태평양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만의 추궈정 국방부장은 이날 현재 중국 항공모함이 대만 동부 해안에서 약 200해리(370km)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고, 일본 방위성도 산둥함이 대만 동쪽으로의 항행이 처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산둥함은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이자 독자 기술로 건조된 첫 항공모함으로 함재기 40여 대를 실을 수 있는 중국 해군의 상징적 군함이다. 산둥함의 서태평양 훈련은 전날 이뤄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에 따른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군사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대만 동쪽과 일본 남쪽에 위치한 서태평양은 대만을 포위하고 외국군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산둥함의 이동 배경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산둥함의 이동 배경을 묻는 외신 기자들의 말에 "이것은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거나 "이 문제는 주관 부서에 문의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은 향후 남중국해에서 실탄 사격훈련도 벌일 예정이다.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광둥 해사국은 항행안전 정보를 통해 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장(珠江) 하구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며 사각형 형태의 훈련 해역을 공개하고 선박의 진입을 금지했다. 해사국이 이번에 발표한 주장 하구는 대만 서남부 지역과 약 600㎞가량 떨어진 곳이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 군용기와 군함을 보내는 무력시위도 계속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5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에서 인민해방군 소속 Ka-28 대잠수함 헬리콥터 1대를 비롯해 군함 3척을 포착했다고 6일 밝혔다. 중국 헬리콥터는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가 중국으로 되돌아갔다.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기체 추적을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앞서 대만군은 지난 4일 오전 6시부터 5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공역·해역에서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4대와 군함 3척을 각각 포착하기도 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만 주변에서 포착된 중국 군용기는 68대, 군함은 20척에 이른다.
다만 중국군이 이같은 무력 시위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중국은 대만을 봉쇄한 채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만해협에 장거리포를 쏟아부으며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하는 화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들른 차이 총통은 지난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매카시 의장과 회동했다. 앞서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국제적으로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한 바 있다. 이후 처음으로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회동한 것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중국이 대만 주변에 전함을 배치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대만과 대화로 갈등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 후 중국이 나타내고 있는 군사적 움직임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에 대만에 대한 군사, 외교, 경제적 압박을 중단하고 의미 있는 외교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는 전례가 있고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부합한다면서 "(중국이) 과잉 대응하기 위한 구실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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