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자치구들 속속 도입
업체번호 ‘통화중’ 상태 만들어
수요자와 연결 일체 차단 시켜
시, 2017년 이후 2만여건 적발
자체 도입은 9개 자치구 그쳐
일각서 “소극적 단속” 지적도
“가족들과 밥 먹으러 식당에 가는데 헐벗은 여자가 찍힌 사진이 있는 전단지가 길에 깔려 있어 낯 뜨거웠어요.”
대학생 김모(23) 씨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 갈매기골목을 지나가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셔츠룸’이라고 적힌 전단지가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셔츠룸’ 등 불법 선전성 전단지(사진)의 무분별한 살포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자 단속 책임이 있는 서울 자치구들은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 번호를 무력화해 피해 발생을 막는 방법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에 의뢰해 해당 전화 번호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물론, 통화 불능 유도 통신 프로그램 ‘대포킬러’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포킬러는 불법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 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3초마다 한 번씩 전화를 걸어 해당 전화 번호가 계속 ‘통화 중’인 상태로 만들어 업자와 수요자 간 통화를 차단시킨다. ‘셔츠룸’ ‘불법 대부업’ 등 불법 전단지 업자가 대포킬러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귀하께서 관내 무단으로 배포하는 전단지는 옥외 광고물법을 위반한 광고물로,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도록 즉시 배포를 중지하시기 바란다”는 계도 멘트도 나온다. 단속에 적발된 전화 번호는 사실상 사용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이다.
대포킬러는 전화 번호를 즉시 차단할 수 있어 불법 전단지 단속의 총아로 간주된다. 각 자치구는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전화 번호를 차단할 수 있지만, 시가 각 통신사에 번호 이용정지를 요청하는 중앙전파관리소에 해당 번호를 전달하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해 실제 번호 차단까지는 약 5일이 걸린다. 시는 2017년부터 대포킬러를 운영, 3월 말 기준 누적 불법 전화 번호 2만3851건을 차단했다고 7일 밝혔다.
대포킬러는 그동안 신원 확인이 어려웠던 불법 전단지 업자 적발에도 한몫하고 있다. 올해 1월 대포킬러를 도입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불법 전단지 업자를 수소문해 적발해야 했지만 지금은 업자들로부터 번호 차단을 풀어달라는 전화가 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대포킬러를 사용한 동대문구는 지난해 1∼2월 불법 광고물 251건을 대상으로 과태료 567만4000원을 부과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667건을 대상으로 2776만16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매달 1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대포킬러를 도입한 구는 관악·강남·구로·동대문·동작·성동·양천·용산·영등포 총 9곳에 불과하다. 자치구가 불법 전단지 단속에 소극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머지 16개 구는 시가 운영하는 대포킬러를 통해 전화 번호를 차단하는데 시에 번호 차단을 요청하는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차단까지 4∼8일이나 걸린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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