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졸업하면 널 내 여자로 만들어주겠다!”
작가 후카자와 레나(深沢レナ·32)가 지난 2016년 와세다(早田)대 대학원에 다니던 당시 지도교수던 와타나베 나오미(渡部直己·71)전 교수에게 들은 성희롱성 발언이다. 6일 도쿄지방법원은 와타나베 전 교수와 와세다 대학측에 55만 엔(약 55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논문 심사나 취업 등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조명이 이번 사례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불쾌감을 느낀 후카자와가 다른 남성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하자 해당 교수는 “너에게 빈틈이 있었다. 이성을 착각하게 하는 틈을 보였다”며 그를 비난했다. 와세다 대학은 와타나베 교수의 성희롱을 인정하고 교수를 해임했지만, 후카자와는 성희롱 외에 교수의 입장을 이용한 ‘학내 성적 괴롭힘’이라고 호소했다.
승소 뒤 후카자와는 “일단 승소는 했지만, 학생과 교원이라는 상당히 입장이 비대칭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등한 관계인 것처럼 기술돼 있어 도쿄지법은 대학 조사보다 더 후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무력감을 호소했다. 와세다대는 해당 판결에 대해 “매우 부끄럽다.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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