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제고에 감산전략 선택
증권가선 목표주가 상향 조정
“침체 지속땐 개선 장담 못해”


삼성전자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D램 반도체 감산을 선언한 것은 점유율 확대 목표를 달성한 상황에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부터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구형 D램 제품인 DDR4 등을 집중적으로 감산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8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올렸다. 키움증권도 7만8000원에서 8만 원으로 목표 주가를 올려 잡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주, 증권사, 경쟁사까지 모두 삼성전자의 감산 소식을 학수고대해 왔다”며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감 속 마지막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감산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까지 나서 이를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불황기에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사를 도태시키는 ‘치킨게임’을 재현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약 2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D램 시장점유율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5.1%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올해 1분기에는 50% 안팎을 달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점유율 2·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감산에 들어간 바 있다. 과거와 달리 과점 상태인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홀로 무(無)감산 전략을 유지할 경우 시장 붕괴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도 삼성전자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총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소액주주의 압박이 거셌던 것도 감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D램 감산은 경기 화성캠퍼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DDR4 생산 라인에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감산을 발표하면서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으로 반도체 가격 회복 및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보기술(IT) 관련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감산으로는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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