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예술가도 알고 보면 감정 노동자다. 살면서 불안이나 분노, 좌절도 많지만, 승화라는 이름으로 억압을 삭이며 사는 사람이다. 타고난 재능과 따뜻한 내면, 둘 중 택해야 한다면 단연 후자다. 재능 좋은 사람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문화의 본질과 경쟁력도 이것이 아닐까.
조용히 내공을 쌓아온 작가 이상권의 그림을 볼 때마다 따스함을 느낀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따뜻하고 긍정의 에너지로 넘친다. 자기만의 개성적인 필치와 색조로 동화처럼 밝고 따뜻한 화폭을 일궈낸다. 그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마을이든 여행길에 만난 자연이든 독특한 방식으로 자기 내면을 투영시킨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볼 수 있는 마블링이나 노이즈 같은 것들이 독특한 색분해 방법으로 활용된다. 그리기와 지우기가 감각적으로 조율된 색면들, 자기 안에 다른 색을 잉태하는 것이 아닌가. 이 결과 화면은 모호하면서도 우아한 활력을 띤다.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답게 삶의 허다한 굴곡들 모두가 그에겐 아름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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