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N’ 발간한 미치오 슈스케
읽는 순서 따라 전개 수백개
‘인터랙티브 독서체험’ 제공
“소설엔 재미+α 필요” 주장
그림·QR코드 추가 시도도

2004년 데뷔 후 ‘본격미스터리대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고, 일본 대표 문학상인 ‘나오키상’까지 수상하며 대중의 지지와 평단의 인정을 동시에 받는 일본 소설가 미치오 슈스케(48·道尾秀介). 그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작 ‘N’(북스피어)을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즉, “게임이나 영화를 뛰어넘기 위해 소설도 진화해야 한다”는 것. “고객이 줄면 어떤 업계든 상품을 개량합니다. 그런데 책에 대해서는 안 읽는 사람이 나쁘다는 식으로 비난합니다. 그건 아니죠. 더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야 독자들이 오지 않을까요?”
미치오 작가는 일본 문단에서 ‘자급자족’형 소설가로 불린다. “읽고 싶은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 없어서 직접 쓰기로 했다”고 한 말이 유명해져서다. 그는 또 소설에는 재미뿐 아니라 그에 더할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고 소설에 그림을 삽입한다거나 QR코드 등을 추가, 독특한 ‘독서 체험’을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신작 ‘N’에서는 ‘책 읽는 방법’을 독자에게 맡겼다. ‘종이 책 인터랙티브’를 추구한 셈이다. 소설은 ‘이름 없는 독과 꽃’ ‘웃지 않는 소녀의 죽음’ ‘사라지지 않는 유리 별’ 등 6개 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기 독립적인 이야기면서 미묘하게 조금씩 연결돼 있다. 또 1, 3, 5장은 아래위가 반전돼 있어, 책을 거꾸로 뒤집어 읽어야 한다. 작가에 따르면, 읽는 순서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경우의 수가 무려 720개에 이른다. 그는 “작가이자 독자로서 늘 소설의 이상적인 진화형태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며 “‘N’은 그 이상을 현실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나 출판계의 평가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역시 세상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걸 더욱 깨달았어요.”
720개 전개 방식을 보여주는 (작가의 표현 그대로) ‘전대미문’의 소설 ‘N’으로 새삼 주목받았으나, 사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수상한 중고상점’(놀)의 저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설은 10여 년 전 출간됐다가 최근 힐링소설 열풍을 타고 제목과 표지를 바꿔 재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른바 역주행. 그는 “소설을 쓸 때마다 언제나 몇 년이 지나도 즐길 수 있는 걸 쓰자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성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미치오 작가는 책 홍보를 위해 ‘틱톡’에도 기꺼이 출연하는 등 일본 문단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가다. 그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풍부한 상상력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근원을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작가들은 대부분 엄청난 다독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독서보다 사람과의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무를 그리기 위해 화가가 숲으로 가듯, 인간을 그리는 소설가는 인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법이죠.” 독특한 발상과 행보에 ‘별난’ 느낌이 들지만, 집필 활동은 회사원처럼 규칙적이다. 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 약 8시간 쓰고 ‘퇴근’한다. 당연하게도, 소설이 잘 안 써져 불안한 날도 있다. 그는 “이틀에 한 번은 위기가 온다”면서 “그럴 때마다 거울을 보고 ‘넌 쓸 수 있어’ ‘넌 쓸 수 있어’ 하고 10번 정도 주문을 외운다”며 웃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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