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 화재 발생 다음날인 12일 안영순(60) 씨가 피해 현장을 찾아 깊은숨을 내쉬었다. 23년 동안 이곳에서 거주하며 민박집을 운영해 온 안 씨는 산불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안 씨는 “3시간 동안 집에 난 불에 호스로 물을 뿌려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건 하나 건진 게 없고 몸 하나 간신히 나왔다”고 그날의 두려움을 전했다. 안 씨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지인의 옷”이라며 기자에게 답답함을 털어냈다. 잿더미 위에 올라 한참을 서성이던 안 씨는 빈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아질 거야”
산불 피해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만난 최영주(44) 씨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최 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산불에 딸에게 필요한 약과 핸드백만 가지고 서둘러 몸만 빠져나왔다”라며 “근처에 소방차가 없어 집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현장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당장 갈 곳이 없어 아이들과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야기를 듣던 딸 우승연(11) 양은 말없이 엄마 최 씨를 꼭 껴안았다.






전날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8시간 만에 주불이 잡혔다. 3월부터 이어진 고온 건조한 날씨와 봄철 백두대간 동쪽 경사면을 타고 부는 강한 서풍(양간지풍)이 불길을 키웠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ha)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0ha가 잿더미로 변했다. 1명이 숨지고 주민과 소방대원 등 16명이 다쳤다. 323세대 6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릉 방해정 등 문화재 유실 피해도 있었다. 산불 피해 모습과 이재민 쉼터 등 현장의 사진을 모아봤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일상 복귀를 기원한다.
문호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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