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 화재 발생 다음 날인 12일 피해 현장 인근 전봇대가 검게 그을려 있고 전선은 끊어져 있다.    문호남 기자
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 화재 발생 다음 날인 12일 피해 현장 인근 전봇대가 검게 그을려 있고 전선은 끊어져 있다. 문호남 기자


■ 대형산불 막는 ‘VC Zone’

미국의 경우 수목제한 구역엔
3m 이하 나무만 심을 수 있어


대전=김창희·세종=박수진 기자

임야 전기 송배전 설비로 인한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전력공급 사업자 등의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산림청에 따르면 현행 산림자원법 제47조와 시행규칙에선 철도 사업자 또는 통신·전기사업자가 철도전선로·전화·전기 송배전선로의 유지 관리를 위해 해당 지장목을 산림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벌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산림 등 전 국토에 걸쳐 있는 임야 송배전 시설 주변을 전수 벌채하는 등의 대책은 사업량이 엄청난 규모여서 대부분이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송전탑 주변 나무로 인한 산불이나 화재를 막기 위해 ‘수목제한 구역’(border zone)을 설정하고 있다. 수목제한 구역에는 최대 10피트(약 3m) 높이의 나무만 식재할 수 있다. 나무가 쓰러지거나 사방으로 뻗어 나간 나뭇가지가 송전탑을 건드려 화재가 나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확보한 것이다. 전봇대의 경우 지면에서 8피트(약 2.4m) 높이까지 주변 반경 10피트 이내 덤불, 살아있는 나무의 가지나 잎 등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수목정리 구역’(vegetation clearance zone)이라고 한다. 미국이 수목제한 구역 등을 설정하는 이유는 나무, 관목 등이 송전선 또는 그 근처에서 자랄 경우 정전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선 정기적으로 송전선, 전봇대 근처나 아래에 자라는 수목을 다듬거나 뽑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송배전 설비는 대부분 지중화가 되지 않아 지상으로 노출돼 있어 주변 임목을 관리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 송전탑 등 일부 시설만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사유림 비중이 70%를 넘는 것도 부담이다. 산림청은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발전 시설 주변의 산불예방을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발전소 주변에 국한된 협력 관계에 그치고 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송배전선로에 가까운 수목 관리를 위해 별도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특고압 전선의 경우 주위 수목과의 이격 거리 기준을 1.5m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선로 일정 거리 이내 위치해 지장을 주거나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수목에 대해 봄 건조시기에 대비해 12월부터 전지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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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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