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MZ 변호사 송지은 ‘새변’ 대표
탈정당·탈이념 기치로 내걸자
젊은 변호사 250명 동참 의사
출산·육아 입법 제안 시작으로
청년 당면 문제 들여다볼 계획
‘베이비시터 신원 보증 의무화’
1호 제안 위해 의원들과 소통
혁신기술 규제해소 등도 관심
업계와 교류·법률자료 수집도
지난달 21일 MZ세대 변호사 모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이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40 청년대 연령층을 아우르는 신조어다. 창립을 주도한 10명의 MZ세대 변호사는 새변의 목적을 청년을 위한 ‘입법 제안’이라고 정의했다. 변호사의 직역 수호 등 이권을 위해 힘쓰는 대한변호사협회나 정치적 지향점이 뚜렷한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달리 법률 공백에 따라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유일한 법정단체인 변협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유산인 민변에 이어 법조계에 ‘제3의 단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초대 상임대표를 맡은 송지은(38) 변호사는 “새변은 탈(脫)정당·탈이념을 지향한다”면서 “MZ세대의 정치 성향을 보수나 진보로 규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종 정책에 보수와 진보적 색채를 오가는 것이 MZ세대의 특징이라며, 어느 한 가지 이념을 강조하는 조직일수록 MZ세대의 거부감이 커지기 때문에 탈이념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입법을 위해선 필요에 따라 보수 정당이든 진보 정당이든 어느 곳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탈이념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MZ세대가 직시한 문제 중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결혼, 출산, 육아 문제에 대한 입법 제안을 시작으로 향후 청년들에게 필요하지만 입법 공백이 발생한 곳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대와 동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외국계 사내변호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중현 파트너 변호사이다.
―새변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설립 멤버 10명은 함께 한국청년입법정책학회 활동을 했거나, 로스쿨 동문으로 만나 지속적으로 교류해 오며 친분을 다져온 사이다. 그러다 지난해 한 모임에서 MZ세대인 20∼40대에 필요한 입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국회에서는 선거 때마다 MZ세대의 삶을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러한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 육아, 학교 폭력 등 MZ세대가 당면한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젊은 변호사들이 입법을 제안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변호사 단체들은 변호사들의 이권을 대변하거나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별도의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대화 끝에 올 1월 단체 설립을 위한 모임을 갖고 지난달 21일 새변은 정식 출범하게 됐다. 다만, 차별성을 둔다고 해서 다른 변호사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겠단 뜻은 아니다. 나도 변협의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변협과의 사이도 원만하다.”
―MZ세대 변호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뜨겁다.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250여 명이 새변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요새 MZ세대는 특정 정치 성향을 가졌다고 오해받는 것을 꺼리는데, 탈정당·탈이념을 기치로 내건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실제로 새변이 자체적으로 변호사 2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청년 변호사가 주축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 이들 대부분은 새변이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법치주의 정착,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 존중 등을 추구하는 단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아직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로스쿨생들도 가입을 희망하는 분들이 많아 준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새변은 입법 제안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정책 관련 연구를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 로스쿨생 가운데 자신의 전문 분야를 미리 개척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 그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 입법을 위한 연구가 좀 더 짜임새 있게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스쿨생 개인의 경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한다. 오는 19일 개최 예정인 입법 정책에 관련한 세미나에서 회원들과 만나 MZ세대 변호사들이 어떤 부분에서 입법 공백의 필요성을 느끼는지 논의할 생각이다.”
―MZ세대로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입법 공백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결혼, 출산과 육아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당장 10명의 창립 멤버 중 5명이 여성인데, 이 중 4명이 워킹맘이다 보니 젊은 세대가 겪는 출산 및 육아 문제에 대해 더욱 공감하고, 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전체 변호사 가운데 여성 변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이다. 새변에 가입을 신청한 변호사를 보면 남녀 비율이 6 대 4 정도로 여성의 비중이 높은 편인 것도 육아 여성을 위한 제도적인 미비점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물론 워킹맘뿐만 아니라 육아를 하는 다른 남성 변호사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변에서 가장 먼저 입법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베이비시터 신원 보증 의무화’다. 당장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다는 문제도 있지만,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고용한 베이비시터가 어떤 사람인지 부모들로서는 알기 어려운 탓에 아이를 맡기고도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현행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라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의 베이비시터는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는 등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 반면 개인 육아도우미에 대해서는 신원확인증명서 발급을 선택 사항으로 두고 있는데 이를 의무화해 부모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자는 취지다. 해당 제도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마쳤으며, 의원들을 만나 본격적으로 입법을 제안할 계획이다.”
―입법 제안 외에 어떤 활동을 구상 중인가.
“MZ세대의 관심이 높은 부분을 주제로 선정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그곳에서 법률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탐색해 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최근 MZ세대들은 스타트업 창업 및 운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률상 스타트업 운영에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비대면 의료 스타트업의 경우, 의료법 때문에 혁신 기술을 개발해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를 떠나 미국에서 창업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이 문제에 대해선 MZ세대들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MBA) 동문회와 세미나를 개최하고 스타트업 육성에 도움을 주려면 법률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눠보고자 한다. 또, 다양한 단체·기업과 교류하며 탄탄한 입법 제안을 위한 자료를 쌓아나갈 생각이다. 새변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기능을 탑재한 부동산 앱 업체 아이엔과 이달 중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우리는 아이엔에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법률적 조언을 해주고, 반대로 우리는 전세 사기를 막을 법률안 제안에 필요한 각종 부동산 관련 자료를 아이엔으로부터 받을 예정이다. 또 세계 각국의 법·규제 분석 정보를 담은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피스컬노트와도 5월 중 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원로 변호사들은 새변의 창립에 관해 어떻게 바라보나.
“예상외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신다. MZ세대가 살아가기 점점 어려워지는데, 이에 대한 법률적 지원이 부족하단 점을 이해해 주시고 계신다. 이제는 특정 이념에서 벗어나 실생활을 바꿀 수 있도록 변호사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많다. 직접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대형 로펌의 대표나 시니어 파트너 분들이 창립총회 때 오셔서 덕담을 많이 해줬다. 박일환 전 대법관도 6월 ‘사회의 변화와 법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해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셨다.”
―새변의 활동이 힘을 얻으려면 입법 제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입법이나 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치권과 협업을 논의 중인가.
“조만간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만나 MZ세대들이 겪는 고충과 법률 부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조 의원은 새변 창립총회 때도 참석해 ‘기존의 것과 차별화를 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악물고 기존 변호사 단체와의 차별성을 만들길 바란다’며 격려도 해줬다. 조 의원 외에도 여러 의원이 새변이 추구하는 변화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주고 계신다. 변화를 원하는 MZ세대의 바람을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며, 향후 의원들과 계속 소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생각이다.”
■ 1980년생부터 회원으로 받아… 시니어 변호사는 ‘고문’으로 초빙
정체성 지키는 ‘새변’ 가입기준
“2040 고민 공감대 형성 중요
설립멤버도 시대 바뀌면 퇴장”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의 초대 상임대표를 맡은 송지은 변호사는 1985년생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의 일원이다. 또, 비슷한 연령대의 청년이 겪는 출산·육아 문제에 직면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MZ세대의 고민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MZ세대 변호사들이 새변을 찾는 이유가 새변이 ‘탈정당·탈이념’을 표방하며 입법 제안 주력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MZ세대 변호사 모임으로서 ‘새변’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키느냐로 귀결된다. 당장 MZ세대로 분류되는 자신도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기성세대와 같은 사회적 지위와 가치관을 가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새변을 설립한 10명의 임원진도 언젠가는 기득권층이 될 텐데, 더 젊은 청년 세대한테 그 자리를 돌려주는 게 맞다고 내부적으로 논의했다”면서 “실무를 처리하며 법률의 미비점을 느끼는 것은 결국 젊은 변호사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주축이 돼야 더 나은 입법 제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새변은 정식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의 상한선을 1980년생으로 정했다. 시니어 변호사의 가입이 늘어날수록 새로운 변화를 바라며 새변을 찾는 젊은 변호사들이 부담을 느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참여를 원하는 원로 변호사들은 고문으로 초빙하기로 했다.
새변은 출범 이후 여론을 뜨겁게 달궜던 주요 현안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탈정당·탈이념’이란 가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파성에 선을 긋고 있다. 새변은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안의 합헌 판결에 유감을 표했지만, 이는 적법 절차는 정파,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12일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선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민식이법)에 따라 스쿨존 주변에 안전 펜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비판했다. 주요 사안을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입법 제안을 하겠다는 새변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현웅·김무연 기자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