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미국서 블룸버그와 인터뷰

“물가, 연말 3% 보지만 불확실
예대금리차 축소 지도는 당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현지시간) “한국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보다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이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유럽 은행권 혼란과 관련한 질문에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줬다”며 이런 예상을 내놨다.

이 총재는 “젊은층의 디지털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달했고 예금 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이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매일 이뤄지는 차액 결제의 담보 비율을 높여야 하고,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을 때 수일 내 예금을 돌려줬지만 이제 수 시간 내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감독 당국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준금리 기조가 언제쯤 바뀔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데이터에 달렸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연말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망대로 진행된다고 확신하게 되면 우리의 태도 변화를 생각하겠지만, 확신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요소로는 산유국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 가능성, SVB 사태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전날 동행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예금·대출금리 마진(차이)을 줄이도록 지도 혹은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매주 일요일 열리는 경제·금융당국 수장 회의에서 자신이 금융당국의 미세금리 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총재는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관련 보도는 완전한 오보”라며 “(회의 자리에서) 현재 금리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미시적으로 간섭하지 말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고통 분담 차원도 있고 과점 요소로 수익이 높은 은행이 당연한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많이 올라간 금리를 정상화하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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