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정릉에 위치한 헬스케어 융합 플랫폼 메디사이언스파크 집무실에서 의료원 연구 강화 계획과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정릉에 위치한 헬스케어 융합 플랫폼 메디사이언스파크 집무실에서 의료원 연구 강화 계획과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윤을식 고려대의료원 신임 원장

최우선과제는 브랜드가치 제고
진료외 연구로 얻는 수익 수천억
병원의료시설에 재투자 ‘선순환’
연구 분야서 초격차 우위 선점

연구인재 발굴에 아낌없이 투자
중개교수 배치해 안정기반 조성
전액 장학금 등 의대 지원 늘려
의사과학자 양성프로 참여 확대


‘SKY’ 누구나 다 아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로마자 표기 앞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속칭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학벌의 대명사로 주로 쓰이는 대학 서열화 용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SKY라는 말 대신 ‘빅4’라는 말이 최고의 대명사로 쓰인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다. SKY는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다는 의과대학이 있고, 이들이 교육하고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도 보유하고 있지만, 빅4에는 SKY 중 고려대의 의료기관이 빠져있다. 지난 3월 고려대의료원의 수장이 된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고대의료원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임기 4년 동안 고려대 의대를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지난 10일 성북구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에서 윤 의료원장을 만나 계획을 들었다.

―고대의료원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고대 스타일이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대외적 평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경영 용어로 ‘리드 매치(Lead-Match)’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리드는 선도적인 위치라는 의미고, 매치는 경쟁 그룹과 같이 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리드하는 분야는 연구다. 정부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한 10곳 중에 고대의료원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두 곳이 선정됐는데, 의료원 중에 두 곳이 된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고대의료원은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 연구분야에선 초격차 수준으로 우위를 점할 계획이다.”

―초격차 연구중심 의료기관이 어떤 의미인가.

“국내는 빅4 병원처럼, 몸집 규모로 순위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고대의료원 중 가장 큰 안암병원의 병상 수는 1066병상인데, 이는 병상 수 기준으로 국내 15번째다. 그런데 결국 의과대학 브랜드는 연구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의과대학을 보자. 하버드·예일·존스홉킨스·스탠퍼드대 등을 보면 의대 병원 병상 규모가 1000병상 정도다. 심지어 500병상이 되는 곳도 있다. 국내처럼 단일 의료기관이 2000병상을 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해외 유명 병원들은 의료수익의 절반이 연구에서 나온다. 나머지 대부분은 기부로 운영된다. 고대의료원도 이러한 선진국형 연구중심병원으로 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물론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만, 연구 쪽에 조금 더 맞춰서 운영하겠다는 거다.”

실제 고대의료원의 연구 수주는 연평균 13%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 수주 규모가 수천억 원대다. 연구로 인한 기술이전료도 매년 300억 원대에 달한다. 순수하게 병원 진료수익만으로 이런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고대의료원은 이러한 기술이전료를 의료시설에 재투자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술이전 규모를 500억 원, 1000억 원대로 확대하는 게 고대의료원의 목표이기도 하다.

―연구에서 성과를 낸 비결이 있나.

“연구할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거다. 우리는 2009년부터 중개 연구하는 연구교수를 배치하고 지원했다. 흔히 말하는 의사과학자(MD-Phd)가 아닌 박사(PhD) 연구자들이다. 이분들이 의사들과 중개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이러한 중개 연구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고대의료원은 합리적으로 운영하면서 성과를 냈고, 현재는 융합연구교실로 통합해 연구전담 교수만 22명이 연구하고 있다. 이분들이 임상 의사분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연구와 진료 모두 연결돼 있는데, 우수인재다.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현재도 의대에 58%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전액장학금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의사과학자는 본과 2∼3학년 때부터 해당 분야 장학금을 투자해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인턴, 전공의들도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수업료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기존 의료진과 연구진의 처우도 개선할 계획이다. 의료원에서 이번에 인재 발굴 조직도 새롭게 만들었다. 4년 내에 고려대 의대가 QS(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의학 분야에서 국내 1위로 올라가고, 세계 30위 안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초연결 · 초협진 · 초개인화… ‘스마트 병원’ 만든다

고려대의료원은 연구중심병원의 선순환을 통해 스마트 병원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초연결, 초협진, 초개인화 등을 통해 환자 중심의 새로운 미래병원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 2015년 연구중심병원으로서 수주했던 2개의 국책사업이 스마트병원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사업 중 하나는 K-마스터로 불리는 정밀의학 분야다. 항암치료 시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하는 방식이다. 또 한 분야는 클라우드를 베이스로 한 병원 정보시스템이다. 두 사업 모두 마무리돼 현재 적용단계에 있다.

초연결은 병원 정보시스템이 모두 연결된 것을 의미한다. 고대의료원의 경우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또 부산대병원이나 계명대병원, 경북대병원에서 환자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정보를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으로 공유하고 적합한 치료를 한다. 고대의료원의 클라우드 기반 병원 정보시스템은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것이 의료원 설명이다. 의료원은 이 시스템으로 세계병원정보 시스템 학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초협진은 모든 분야별 의사들이 한 환자에 대해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유방암 환자의 경우 유방외과, 항암 치료하는 온콜로지스트(종양의사), 유방을 복원하는 재건 성형, 영상의학 전문의, 수술 후 재활의학과 의사 등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시스템이다.

초개인화는 데이터 기반 정밀의학으로, 암 환자의 수많은 유전자 정보를 통해 맞춤형 암 치료를 하겠다는 의미다. 첨단 인프라도 배치된다. 고대 안암병원의 경우 5월 말 완공되는 신관에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입원은 네이버, 외래는 카카오, 수술방은 LG 등이 스마트 병원을 구현 중이다. 윤 의료원장은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스마트 병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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