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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예전에 저를 힘들게 한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드라마를 보며 다들 통쾌함을 느꼈다는데 저는 서글펐어요. 초등학교 시절에 친척 오빠가 저를 여러 차례 성추행했는데 그걸 말씀드려도 부모님은 ‘네가 조심하라’는 식이었어요. 어른이 돼 다시 말씀드리자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고 있냐고 하셨습니다.

복수하고 싶은데, 공소시효를 찾아보니 한계가 많아 힘이 빠지고,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 일과 비슷한 뉴스를 보면 눈물이 나고 내내 불안합니다. 남자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 연애도 어렵고요. 친척이라 신상을 알고 있으니 복수에 몰두하게 됩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제가 바보 같은 걸까요?

억지로 용서할 필요 없지만… 현재 내 삶 일구는 것이 더 중요

▶▶ 솔루션


억지로 용서할 필요는 없으며 자기에게 맞는 건강한 복수의 방법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십 년 이상 지난 일도 어제 일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일 수 있습니다. 나쁜 기억만으로도 힘든데,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자신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진짜 잘못을 반성하기도 바쁜데, 피해 입은 일에 대해 내 탓을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친척 간 성추행은 외부 가해자의 사례에 비해 은폐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과거 일에 대해 사과를 받게 도와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일단 가해자를 가족 행사 등에서 억지로 대면하게 한다거나, 용서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용서라는 것은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직접 “용서해줘”라고 부탁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피해자에게 “용서해라”라고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돕지 못했던 어른들을 포함해 관련된 사람들에게 과거 일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가해자와 다른 관련된 분들에게 사과를 받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간 복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현실적으로 법치국가이며 사적 보복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 감정대로 한껏 복수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내 쪽에서 손해나 제재를 당한다면 더욱 억울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일에 대해 법적으로 소송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때 과연 내가 얻을 것이 많은지를 따져보고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만에 하나, 소송에 에너지를 소비했는데 별 성과가 없더라도 내가 삶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사람이 있는 반면, 과거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을 더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더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다”라는 옛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꼭 가해자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사건을 기억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을 일구는 게 가장 필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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