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현 Deep Read - 한미정상회담을 보는 관점

윤 대통령, 워싱턴선언 후속대책으로 북핵 도발 완벽 차단해야… 미국 국익우선·대중 견제 요구 따른 딜레마는 여전
한·미, ‘피보호 - 후견’ 아닌 동등한 관계… 가치동맹 기반한 외교 정체성 세우며 윈·윈 방안 모색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창설 방안이 포함된 워싱턴선언도 발표됐다.

한반도가 북한의 핵 도발에 따른 국제적 발화점(flash point)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장억제를 업그레이드한 점은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라 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한계도 있다. 한국은 앞으로 동맹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대외 안보의 맥락

한·미동맹이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한·미동맹이 당면한 대외 안보의 맥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화한 국제체제의 분절화와 파편화한 국제질서 속에서 모든 나라가 국익 위주로 격돌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국제공급망 교란, 지정학의 귀환, 강대국 경쟁의 재현, 글로벌 거버넌스의 난맥상이 이런 환경을 만들고 있다.

둘째, 신냉전 진영화 추세의 심화이다. 이미 진행 중인 미·중 전략경쟁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장기화하는 전쟁은 서구 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초래했고 이에 세계질서는 빠르게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체제의 대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국에 유리한 전략적 연대 세력 규합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도 전략적 모호성 대신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아·태지역의 다양한 발화점을 둘러싼 돌발사태 가능성이 커졌다. 북핵 위협이 급진전하면서 확장억제 강화가 절실해졌고,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사회 파쇄지대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아·태지역 안보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일본의 ‘안보 3법’ 개정에 따른 새로운 군비 경쟁 추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과 별도로 확장억제 강화 내용을 담은 ‘워싱턴선언’을 발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슈 차원에서는 사실상 경제와 안보가 이번 정상회담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간 동안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에서 경제·기술동맹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앞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정세와 동맹의 맥락에서 동맹의 이익과 한국의 국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최대 과제다.



◇정상회담 평가 기준

이번 한·미 정상회담 평가의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한 확장억제 강화 수준. 최근 북한의 핵 태세는 빠르게 진화 중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 중 하나는 실질적 대책을 담아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었다. 회담 후 채택된 워싱턴선언은 확장억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을 담아냈다. 하지만 ‘나토식 핵공유’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할 이유다.

둘째, 중국 견제 및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 한국이 부담하게 될 리스크가 무엇이고 그 대비책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것.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사태다. 한·미 두 정상은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은 그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됐고, 그와 관련된 정책 조율이 미국 동맹정책의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셋째, 동맹으로서 역내 역할 확대 방안.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바람직한 질서와 규범이 작동하는 규칙 기반의 공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한다.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히 포함된다. 앞으로 다소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한민국의 외교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나가는 일이 중요해졌다.

넷째, 경제·기술동맹과 관련해 한·미 두 나라가 윈·윈할 방안을 합의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 두 나라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물자와 핵심기술 협력,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기술에서 미완의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에 따른 경제적 딜레마를 잘 극복해야 한다. ‘오직 동맹’을 위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건 옳은 방식이 아니다. 동맹의 이익과 국가 이익의 균형점을 지켜나가야 한다.

◇최적 동맹으로 가는 길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질서는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차원 혹은 지역적 차원에서 다중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한·미동맹은 지난 70년간의 성공이라는 평가에 안주할 여유가 없고, 동맹의 앞길에 놓인 숨은 암초들을 잘 피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 경제·안보의 초석이지만 당면한 현실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트럼프 2.0’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임 정부 시대와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일부는 오히려 더 강화되는 게 현실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협력 압박, 중국 견제에 대한 동참 요구 등을 둘러싸고 미국의 국익 우선주의에 따른 한·미 간 시각 차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동맹의 걸림돌이나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도 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관심을 갖는 현안 이슈를 포함, 동맹의 방향성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동맹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개방되고 자유로운 통상 질서, 규범과 규칙이 작동하는 세계 질서, 호혜적인 과학·경제·기술협력 등은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와도 부합한다.

명실상부한 가치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도 그런 가치 기반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미 관계는 과거의 ‘피보호-후견’ 관계가 아니다. 한국은 이제 동등한 가치동맹의 자격을 충분히 갖출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역시 그런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할 준비와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국에 최적의 동맹인 동시에 전략적 파트너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퍼지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미완의 과제

윤 대통령이 이번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집중했던 것은 안보와 경제다. 한반도가 핵전쟁의 발화점이 되지 않도록 확장억제를 업그레이드하고, 안보동맹을 미래지향적인 경제·기술동맹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이번 회담은 그 단초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과제를 남겼다.

세종연구소장


■ 용어설명

‘발화점’은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는 지점의 의미로 쓰임. 푸틴의 핵 사용 위협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지정학적 파쇄지대에 있는 한반도 등이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는 미국이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관점. 김흥규 교수는 미국이 ‘양대 진영론’을, 중국이 ‘천하 3분론’을, 러시아가 ‘세계 4대 영향권론’을 각각 추구한다고 보고 있음.

■ 세줄요약

대외 안보의 맥락 : 한·미동맹이 당면한 대외 안보의 맥락은 매우 험악. 각국이 국익 위주로 격돌하는 각자도생, 신냉전 진영화 추세 심화, 북핵에 따른 아·태지역의 ‘발화점’을 둘러싼 돌발사태 가능성 등으로 요약됨.

정상회담 평가 기준
: 확장억제 강화의 진전 수준, 동맹에 따른 대외정책의 리스크 대비책 여부, 외교 정체성 세우기, 경제·기술 협력 관련 한·미 윈·윈 방안 및 딜레마 해결책 여부 등이 기준. 정상회담 후속대책이 중요.

최적 동맹의 길 : 한·미 관계는 과거와 같은 ‘피보호-후견’의 일방적 관계가 아님. 한국이 미국에 최적의 동맹이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하면서도 동맹의 이익과 대한민국 국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과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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