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피해자’의 울분
“처음엔 주가 올라 더 신뢰감
빚투로 19억날려 파산 고민”
피해자, 라덕연 등 잇단 고소


“내가 아는 오빠 중에 ‘한국판 워런 버핏’이 있어. 고소득·전문직 대상으로만 투자를 받는 분인데, 특별히 소개시켜 줄까?”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야기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 투자자문사 대표 측에 투자해 빚더미에 앉았다는 피해자 A 씨는 2년 전, 이 회사 ‘영업책’으로부터 솔깃한 투자 권유를 받았다. 3일 A 씨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만난 라 대표는 자신의 투자 사업을 ‘홍길동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같이 사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이득을 보고, 반대로 기업 오너들은 세금을 많이 내게 해 정의를 구현하는 것” “우리는 개미를 등에 업고 기득권과 싸우는 존재”라며 자신들을 ‘의적’으로 표현했다. 라 대표를 ‘우상화’한 셈이다. A 씨의 처음 투자금은 3억 원. 라 대표의 말대로 주가가 오르자 A 씨는 가족,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카드론 대출까지 받았다. 총투자금은 27억 원. 5000만 원씩 총 1억 원을 중간 정산받았다는 A 씨는 “걱정은 됐지만 공짜 돈이 생기니 점점 신뢰했다”며 “자문해주는 로펌도 있고, 변호사, 의사, 연예인 등 돈 많은 사람들은 다 투자한다는 데 의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전문직·고소득 투자자들을 ‘흥행 보증수표’처럼 보여주고,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이다. A 씨는 “빚이 19억 원에 달한다”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친구가 갑자기 안 가던 해외여행도 다니고 명품도 사면서 잘 살길래 비결을 묻자,투자를 추천했다”며 “부를 누리는 친구를 보며 당연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C 씨는 “지인이 추천을 하면서도 100% 통정매매인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들은 최근 일도 안 하고 골프, 헬기, 요트, 명품 등 온갖 자랑질을 하고 다녔는데 이제 와 피해자 운운하는 게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H 투자자문사 투자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 피해자 10명이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한 데 이어 피해자 130여 명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라 대표가 경영권 이슈가 있는 기업만 골라 주가를 서서히 올려 승계 시기가 임박했을 때 기업 실소유주와 협상해 투자금을 수백억 원 회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라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주주가 일부러 가격을 누른 주식을 매집해 들고 있다가 나중에 상속 시기에 대주주에게 되팔려고 했다”며 “이 사실을 안 일부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라 대표가 주가 폭락 사태 전 해외 골프장과 부동산 등을 대거 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필요하다면 라 대표 등의 국내외 계좌 등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주가조작 가담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